태백산 여명(黎明) 산행기

박삿갓의 산행일기 2011. 2. 19. 18:42

태백산(太白山) 일출에 이어 함백산(咸白山) 일출의 정기(精氣)를 받고자 다시 밤중에 배낭을 챙겨 산행길을 나선다.
100년만의 폭설은 남은 잔설마저 산과 길로 날리어 함백산으로 가려는 발길을 막고 태백산으로 다시 향하게 하지만,
태백산이 희미하게 날이 밝을 무렵, 희망의 빛으로 밝아오는 여명(黎明)을 보고 빛의 정기를 더하니 감사할 따름이다.  

정기(情氣)란 천지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이 되는 기운이며, 생명의 근원이 되는 기운이 아니던가?
기운이란, 하늘과 땅 사이에 가득차서 만물이 나고 자라는 힘의 근원이며 생물이 살아 움직이는 힘이요,
눈에는 보이지 아니하나 오관(五官) 으로 느끼어지는 현상이다. 
정신과 기력(氣力)을 더하고자 부지런히 산을 오르다 희망의 빛을 보게 되니 발걸음이 헛되지는 아니하다.    

함백(咸白)과 태백(太白)은 뜻으로 보면 크게 다를 바 없이 크고 밝다는 의미의 산 이름이다.
조선 후기 삼척 부사를 지낸 허목 선생도 "함백과 백두와 태백과 밝달은 모두 같은 뜻"이라고 했다.
느낌으로는 함백이 태백에 미치지 못하는 듯 한데.. 함백의 덩치(1572.9m)가 태백(1,566.7m)보다 큰데도 그리하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함(咸)이란 다 함(咸) all, 다할 함(咸)자니,  咸白은 All white  모두 희다..라는 말이고.
태(태)란 클 태(太) big, 심할 태(太)자로, 太白은 Big white, 크게 희다.. 라는 말이 되니 모두 큰밝뫼, 한밝뫼라는 뜻이다.
검은 석탄이 많이 묻히여 있는 탄전지대의 지명이 모두 희다는 함백과 태백이라.. 이 또한 음양의 조화가 아닌가 한다.

 ▶ 산행일자 : 2011. 2. 15 (화요일).  동행인원 : 3 명.
 ▶ 산행경로 : 유일사 입구 -3.7Km→ 장군단 -0.4Km→ 주목군락지 -0.6Km→ 망경사 -1.7Km→ 
                    반재 -2.2Km→ 당골광장 (총 산행거리 : 8.6 Km)
 ▶ 산행시간 : 5시간 35분 (04:40 ~ 10:15)  * 아침 식사시간  1시간 포함.
 ▶ 날씨 : 영동지방에 내린 폭설도 주춤거리며 전일 오후부터 서서히 날씨가 개임.(산행기온: 등산초기 약 -12℃,  하산시 -3℃)
 ▶ 산행일정 : 01:40 어두운 밤, 처마 끝 불빛마저 아름다운 영월역을 출발하여..



02:50 태백역 도착하여 열차에서 내려보니 기상정보에서 미리 알아본 적설량보다 눈이 훨씬 더 많이 온 것 같다.
          대합실에서 무릅담요 한 장으로 온기를 감싸고 한시간 정도 눈을 붙여보지만 썰렁한 느낌에 잠은 오지 않고,
          역 앞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택시기사에게 문의 해 보니 함백산 만항재 부근은 차가 올라가지 못하고,
          산불방지를 위한 입산통제는 보통 2월 16일 부터이나 구제역으로 함백산 일부 구간이 입산 통제된다고 한다. 
          태백산 일출은 지난 1月 하순경 올라가 보았으나.. 함백산은 이를 허락치 않으니 다시 태백산으로 발길을 잡는다. 



04:40 유일사 입구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05:00 달빛마저 우거진 숲에 가리고.. 보이는 것은 앞서 가는 두개의 헤드랜턴에 반사되는 백설의 희미함 뿐이다.



05:20 페활량이 적은 터라 올라가는 길에는 항상 숨이 차다.  혼자 뒤에 처지니 어둠만이 따라와 앞서가는 일행을 불러 세운다.
         돌아다 보는 모습이 깜깜한 밤중에 눈을 번쩍이며 돌아다니는 도깨비들 같은데, 사서 고생 하는구나..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다.  



05:45 유일사로 내려가는 능선 쉼터 도착. (← 유일사매표소 2.3Km, 천제단 2.3Km →). 길을 알려줄 이정표도 어둠속에 숨어있다



06:30 동남쪽하늘에  별빛 하나가 유난히 밝게 빛난다. 길을 잃지 말고 오라는 길잡이 별..  별이름이 무얼까 생각하며 따라 걷는다. 



북서쪽 사면에서는 찬 바람이 불어 올라오고.. 헤드랜턴 불빛에 반사되여 나뭇가지 끝에 반짝이는 서리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06:40 어두움을 밝혀 줄 검은 빛, 여명(黎明, 검을 黎, 밝을 明)의 시작인가? 주목군락지에 이를 즈음 먼하늘부터 날이 샌다.



날이 새기 시작하자 빛을 보러 온 발걸음은.. 서서히 밝아오는 빛을 향해 좀 더 부지런히 걷는다.



06:50 이것이 태백(太白)의 여명(黎明)인가? 어두운 검은 빛 속에 서서히 잠을 깨는 붉은 빛이 어리여 있다. 



어두운 빛은 스스로를 밝히고.. 여명(黎明, Morning Twilight)속의 사람들은 빛을 기다리고 서 있다.
태백산의 일출을 담기 위해 밤부터 올라 온 사진작가들이  일출 방향과는 다르게 북동쪽 주목군락지를 향해 늘어 서 있는데,
해가 올라오는 방향으로 사진기를 맞추지 않고 무엇을 찍으려 하는가 하였더니.. 빛을 담으려 한다.. 라는 멋진 대답을 한다. 



07:00 장군단 도착 (해발 1,566.7m) 지난 1月 산행시에는 천왕단에서 빛을 맞이 하였으니.. 오늘은 장군단에서 맞으려 한다. 
장군단은 태백산 정상 부위에 있는 3기(基)의 제단 중 하나로, 둘레 20m에 높이 2m 가 조금 넘는 정방형(사각형) 모양으로,
천왕단보다는 조금 작은 규모로, 계단이 있는 석단은 천왕단과 거의 비슷한데 천왕단 상부에 있는 4각 제단이나 비석 등은 없다. 



빛을 기다리는 동안 천제단 쪽으로  조금 다가서니 눈꽃에 가리여 보이는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태백산 정상에는 보통 천제단이라 부르는는 천왕단을 중심으로 북쪽 약 300m 떨어진 곳에 장군단과
남쪽 아래에 있는 이름없는 제단(하단(下壇)이라고도 부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은 북에서 남으로 일직선상에 배열되어 있다,

천제단(천왕단)이 있는 영봉(1560.6m)을 가운데로 하여, 북쪽에 장군단이 있는 장군봉(1,566.7m), 동쪽에 문수붕(1,517m), 
그리고, 영봉과 문수봉 사이에 부쇠봉(1,546m)이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천왕단은 3기의 제단의 중심으로 2m 남짓한 높이로 자연석을 쌓아 남쪽으로 계단을 조성한 원형제단이다.
그 위에 4각 시멘트제단과 대종교에서 단군을 모신 장소로 성역화하는 과정에서 세운 것으로 알려진 비석이 있다.



장군단 뒷쪽 서북쪽 방향으로는 눈꽃과 안개와 구름에 잠긴 산봉우리들이 산중다도해(山中多島海)의 경관를 이룬다. 

 

하얀 太白山..  바다 속의 산이던가.. 산 속의 구름바다이던가... 
안개와 구름이 머물러 산중다도해(山中多島海)의 경관를 이룬다. 

자칭 영월박삿갓이 어찌 시 한 수 읊지 않을 수 있겠는가?

太白雪花發    태백설화발    태백산에 눈꽃이 하얗게 피면,   
雲霧留雪山    운무류설산    눈 덮힌 산에 구름이 머무르고.
雲海間連峰    운해간연봉    구름바다에 산봉우리 이어지면,
山中多島海    산중다도해    산 속에 섬과 바다가 펼쳐지네.. *^^



태백산의 설경(雪景)을 보러 올라 온 몇몇 산행객들은 천제단으로 향하는데.. 오랫만에 같이 사진을 찍자며 다가선다.


 
07:15 저 멀리 문수봉 하늘 위로 해가 올라오니.. 가지를 넓게 뻗친 강인한 모습의 주목은 긴 세월 그 자리에서 해를 맞이하고 있다.





07:20 빛을 담으려 주목군락지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어떤 빛을 담았을까? 흰 빛.. 붉은 빛.. 그리고 소망과 희망의 빛을 담았으리라.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朱木)은 한파와 폭설에도 강인함과 굳센 기상으로 몇 백년을 한 자리에서 빛을 기다린다. 



주목 군락지 조금 위쪽.. 동남쪽 문수봉방향으로 해를 기다리며 서 있던 사진작가들은 또 어떤 빛을 마음에담았을까?



태백의 여명(黎明)을 지나 찬란한 광명(光明)의 시간속에 함께 서서 희망과 소망의 빛을 바라보고 있다.





작은 디카를 두터운 방한장갑을 끼고는 세밀히 다룰 수가 없어서 오른손에는 주방용 비닐장갑만 껴고 한참을 다녔더니..
손가락 끝이 아플정도로 심하게 아려온다. 털장갑을 빌려 끼고 사진기도 넘겨 주고는.. 태백의 빛 속에 서서 주목과 함께 자리해 본다. 



07:30 하산을 서두른다.  바람이 세차 더 이상 머무르기 힘들다.. 지난 1월 한파시 태백산을 올랐을 때 보다 더 춥게 느껴진다.



하산을 하며.. 아쉬운 마음에  되돌아 본 태백(太白)의 빛은 함께 산을 내려가자며  따라 오는 것 처럼 비춘다.



주목군락지를 지나 산을 내려서는 길에서는. 함백산이 바로 보인다. 
앞에 보이는 함백산(咸白山)은 해발1572.9m의 높이로, 태백산(해발1,567m)보다 조금 높은,
우리나라에서 여섯번째로 높은 산이며, 강원도 태백시와 서쪽으로 영월,정선군과 경계를 이루며 뻗어 있는 산이다.
[1위:한라산(1,950m), 2위:지리산(1,915m), 3위:설악산(1,708m), 4위:덕유산(1,708m), 5위:계방산(1,577m), 6위: 함백산(1,572.9m).. ]  

이처럼 함백산이 더 높은데도  지금 서 있는 태백산이 더 높고 크게 보이는데.. 
이러한 존재감의 차이는 오행의 이치에 따른 산의 품성 차이에서 비롯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한다.

음양오행설에 따르면 목(木) · 화(火) · 토(土) · 금(金) · 수(水) 오행(五行)은 우주만물을 형성하는 원기(元氣)다.
만물은 상생상극(相生相剋)하는 오행의 변화에 따라 생기고 흥하며 쇠하고 없어지며, 오행의 중심은 토(土)이며,
태극(太極)에서 갈라진 음(陰)과 양(陽)을 아우르고, 오행의 바탕이면서도 변화를 중재하는 게 토(土)라는 것이다.

이로서 함백이 아닌 태백에 천제단(天祭壇)을 둔 이유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함백은 태백보다 높지만 모양이나 기운이 목(木)이며, 반면 태백은 토(土)의 기운으로 뭉쳐져 있으니,
태백(太白)이 이 일대 산의 중심이며, 함백(咸白)은 태백에서 뻗어나간 한밝뫼, 큰밝뫼의 커다란 줄기이다. 



함백산(1,572.3m)은 고한읍과 태백시에 걸쳐 있는 백두대간의 중심에 위치한 산중의 하나이며,
자장천 계곡에는 5대 적멸보궁으로 유명한 정암사와 보물 제410호인 수마노탑, 천연기념물 제73호인 열목어 서식지가 있다.

함백산 정상 부근에는 태백산과 마찬가지로 '살아 천년, 죽어천년'이라는 주목이 군락을 이루며, 
봄이면 만항재에 이르는 평탄한 능선길에 여러가지 야생화가 저마다 들꽃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등산로중 하나인 만항재는 해발 1,313m로 남한에서 가장 높은 도로이며 싸리재는 1,268m로 만항재와 버금간다 하니.
올 봄에는 싸리재(두문동재)에서 만항재까지 약 8Km의 코스를 걸어 볼 생각으로 다시 한번 함백산을 바라다 본다.



태백산의 주목은 추운 겨울과 어우러지면 환상적인 모습을보여준다. 
자칭 영월 박삿갓이요, 사진작가라 그냥 갈 수 없어 앞서가는 친구를 불러 세운다. 내친김에 詩라도  한 수 읊고 싶지만.. 너무 춥다.



07:40 태백의 흰빛은 희다 못해 하늘의 푸른 빛마저 어리며 반짝인다.



주목군락지에서 망경사로 가는 길은 인적이 뜸하다. 혹, 길 잃은 사람들에게 등산로임을 알리는 흔적을 남기고.. (망경사 0.6km→)



망경사 쪽으로 가는 한적한 산허리길에 쌓인 백설(白雪)은 더 없이 깨끗하고 하얀 순백색인데..



07:45 문수봉 위로 떠 오른 태양(太陽)은 황적색의 큰 빛을 발하여 백설에 황금 빛 광채를 더한다.



모두들 발목까지 빠지는 눈길에도 멋진 설경에 힘든지도 모르고 힘차게 걷는다.



08:00 망경사 입구 갈림길 도착 (← 반재 1.6Km, 유일사 1.6Km↓, 천제단 0.6Km →) 



08:00 ~ 09:00 망경사 공양간 앞 쪽에 등산객들을 위해 절에서 만들어 놓은 듯한 나무판자 위에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사발면과 끓인물을 진공병 두 개에 담아 왔다. 친구는 컵라면에 특제 햄버거.. 햄버거는 두 개나 더 가져와 나누어 준다.
대신 특별히 가져 온 머루주를 권하니 입이 벌어지고, 세찬 바람에 따사로운 햇볕마저 춥게 느껴지니.. 역시 먹고 살기 힘든거다,      



09:30 '천제단 부터 딱 절반'이라는 반재에 도착한다. (← 천제단 2.2Km, 당공광장 2.2Km →)
          반재에서 당골게곡으로 내려서는 코스는 가파른데..  눈이 많이 쌓여 있으면 아이젠을 하고는 내려가기  더 수월하고,
          낙엽송 숲 가지마다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눈이 쌓여 있고, 가끔 눈덩이가 가지에서 떨어지면 눈보라가 날리는 듯 시원하다.       



당골광장에 도착하니,눈축제 준비차 만들었던 눈조각등은 보이지 않으니.. 어서 봄이 와 구제역이 모두 사라지기 바라는 마음이다.



10:15 하산 완료. 당골광장 입구 입간판에 설치 된 온도계가 -3℃를 나타내고 있으니..
         겨울의 태양이 몇 시간만에 땅의 기온을 -12℃ 영하의 온도에서 영상으로 올려 놓고 있다. 



12:00 태백역 플랫폼. 전날만 해도 태백에서 강릉쪽 운행이 힘들었지만.. 오늘 영월로 돌아 가는 기찻길은 막힘 없이 시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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