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봉에서 아가봉으로..

박삿갓의 산행일기 2012. 5. 27. 13:35

옥녀봉(玉女峰, 599m)은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오지에 위치한 산으로 서쪽 멀리로 괴강이 흐른다. 
그리  높지 않은 산으로 옥녀(玉女)란 이름이 말해 주듯 부군(夫君)인 군자산을 바라보는 자리에서,
마치 옥녀가 수줍어 숨어 있는 것 처럼.. 군자산과 비학산등 다른 산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산이다.
시람들의 발길이 뜸하여 인적이 드물고,  원시림 같은 자연 그대로의 숲을 간직하고 있는 산이다.

▶ 산행일시 : 2012. 5. 20 (일요일)  * 산행인원 : 4 名
▶ 산행경로 : 갈론마을 - (갈은구곡)- 3.4Km→ 갈은재 - 0.3Km→ 옥녀봉 → 0.5Km→ 
                   사기막재 - 1.2Km→ 아가봉 - 3.0Km - (배티골) → 갈론마을 (산행거리 : 약 8.4Km)
▶ 산행시간 : 5 시간 10분 (12:50 ~ 18:00 )  * 갈은구곡 탐사후 산행 시작, 점심 식사시간 포함.
▶ 날씨 : 초여름 날씨라 자주 갈증을 느끼지만.. 능선과 숲길은 시원하다. (산행기온 : 26 ℃) 
▶ 산행일정 : '갈은구곡' 탐사를 마치고, 선국암 뒷편을 들머리로 옥녀봉(玉女峰) 산행을 시작한다.

12:50 산행 시작. 산길 초입부터 숲이 우거지고 험한 편이다.


 

벌써 오후 1시... 갈은구곡 돌아다니다 아직 점심도 못 먹고.. 한 친구가 나누어 준 견과류 한 봉으로 허기를 달랜다.
친구의 예비 며느리가 인터넷으로 사 준 거라며 잘 주지도 않고 아껴 먹는 건데.. 호도, 건포도, 아몬드 등이 25g 들어있다. 

 

인적은 드물고 경사는 심해진다. 

 

다래골에서 만났던.. 갈은동계곡에서 앞서간 산행팀 3명을 다시 만난다. 간식을 먹고 있다가.. 포도를 나누어 준다. 

 

13:30 포도 얻어 먹고 조금 더 올라가다가.. 산에서 내려오는 산행객들을 만났는데.. 다섯시간만에 사람 처음 본다고 한다. 

 

우거진 낙엽송 숲길.. 뿌리채 쓰러진 나무들도 있다. 

 

13:40~14:10 능선에 올라가 밥 먹으려 했는데.. 배가 고파 더 못간다. 등산로 아래쪽에 적당히 흩어져 앉아 물부터 마신다. 

 

 

밥 먹고 나서 올라가니 바로 능선이다. 조금만 참고 올라가 먹을 걸 그랬다.. 능선위 환한 빛에 눈이 부시다. 

 

14:20 갈은재 도착, 오늘 산행후 처음 만난 이정표라 엄청 반갑다. ( ↓ 갈론 3.4Km, ↑ 탐방로아님, 옥녀봉 0.3 Km → )
         좌측 남군자산쪽 등로는 밧줄로 막아 놓은 것이 출입금지 구간 같고, 사기막골로 내려가는 길도 [탐방로 아님]이다.   

 

5월의 눈부신 햇살에 푸르른 숲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다. 

 

잠시 숨을 돌리며.. 둥글레에 촛점을 맞춘다. 산행사진에 야생화 한 장은 기본이다. 


말라  비틀어진 고사목(枯死木)도 멋스럽고... 

 

모질게 자란 소나무에서.. 강인(强靭)한 의지를 배운다.  

 

소나무 사이로 멋진 전망이 보이는데..  

 

군자산은 옥녀가 소나무 가지를 벌려 못 보게 가리는 것  같다. 


 

 

14:40 옥녀봉(玉女峰, 해발 599m) 도착. 큰소리로 불러도 옥녀(玉女)는 보이지 않고.. 초여름 햇살에 목부터 추긴다. 

 

정상 표지석 바로 앞에 있는 소나무.. 잘라진 가지 윗부분에 디카를 올려 놓고 자동모드로 단체사진 찍기에 딱이다. 



자동으로 찍은 사진.. 다래골로.. 갈은구곡으로 헤메다 옥녀(玉女)를 찾아온 영월 나그네들이다.
모두들 산이 좋아 같이 산행을 즐기는 십년지기(十年知己) 벗들이라.. 삿갓 버전으로 한 수 읊어 본다. 
* 참고로 삿갓버전이란... 격식없이 되구말구 막 짓는 거임. ㅎ

 葛隱七鶴飛化仙   갈은칠학비화선    갈은동천 일곱마리 학은 날아가 신선되고
 寧越山客探玉女   영월산객탐옥녀    영월 나그네들은 산으로 옥녀를 찾아왔네
 二客同寅一客回   이객동인일객회    둘은 범띠 동갑내기요 한 사람은 회갑인데
 雅佳山行親友也   아가산행친우야    맑고 아름다운 산행으로 친해진 벗이라네
 

 

단체사진 한 장 찍고는.. 옥녀도 못 보고 바로 옥녀봉을 내려선다.  

 

내려서는 등뒤로 검은등뻐꾸기가 따라오며.. 계속해서 울어댄다.
옥녀는 잊고.. "홀딱벗고"  잘 살라고.. 누구를 잊고 무엇을 잊어야 할까?  

'홀딱벗고 홀딱벗고'
 욕심도, 성냄도 다 버리라고
 울어대는 검은등뻐꾸기

  홀딱벗고 色卽是空 
  홀딱벗고 空卽是色   


 

 

15:10 사기막재 도착. (← 옥녀봉 0.5Km, 아가봉 1.2Km →) 원 계획은 이곳 사기막재에서 배티골로 하산할 생각이였으나,
         오른쪽 배티골로 내려가는 구간과 왼쪽 사기막골 방향 모두 출입금지 구간인지.. [탐방로 아님] 팻말과  밧줄등이 보인다.         
         어차피 늦어졌지만 여름 해라 길어졌으니.. 앞쪽 능선을 타고 아가봉으로 갔다가 하산하기로 한다.  

 

사기막재에서 약 5분쯤 능선위에.. 앉으면 꼭 알맞는 네모난 바위를 보더니.. 잘됐다, 쉬어 가자면서 걸터 앉는다.   

 

능선길을 지나면서 [내무부]라는 표식물이 하나 보인다. 예전에는 산림청 같은 산림관리 업무가 내무부 소관이였나.. ?    

 

15:30 산아래로 사기막리 쪽이 내려다 보인다. 

 

뒤돌아 보이는 옥녀봉.. 한 친구가 두 봉우리의 봉긋한 모습이 뭘 닮았다며 은근히 좋아하더니.. 
"옥녀야~  옥녀야~ " 하며 큰 소리로 몇 번이고 부르는데.. 도대체 뭘 생각하며 누구를 부르는 걸까.. ?  

 

비학산 뒤로 가리어진 군자산은 슬그머니 옥녀봉을 넘겨다 보고 있고...  

 

저 멀리 산아래로 보이는 괴강(달천)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같이 아름답다.

 

아가봉에 가까이 이르자 암벽이 보이고 밧줄도 눈에 띈다.  


 

 

16:00 아가봉(雅佳峰, 해발 538m) 도착. 

 

잠시 쉴 겸.. 한 장 찍으라며 디카를 넘겨주고.. 인증 샷! 

 

사진 찍고 바로 하산.. 아가봉은 이름 없는 봉우리 였는데 아가등산회에서 표지석을 세운 후로 정식 이름이 되었다고 한다. 

 

16:20 매바위, 조금 전에 매부리 같은 뽀족한 부분이 보였는데.. 내려서니 각도가 잘 안 맞는다. 

 

매바위 아래  묵방골 방향도 [탐방로 아님] 안내판이 달린 밧줄이 매어져 있다. (← 아가봉 0.5Km, 갈론 2.5Km →)   

 

매바위에서 5분쯤 거리에 암릉이 있는데.. 산아래로 운교리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서쪽 멀리로 괴강이 흐른다. 

 

북동쪽 방향으로는.. 비학산과 군자산이 펼쳐지는데.. 

 

한마리 학이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는 듯한 비학산(飛鶴山, 828m).. 그 뒤로  군자산(君子山, 948.2m)의 우람한 모습이 보인다.
옥녀봉(玉女峰)이 부군(夫君)인 군자산을 바라보고 서 있듯.. 아가봉의 바위는 날아간 학을 그리며 비학산을 바라보고 있다.   

 

멋진 풍경에 전속 모델이 빠질 수 없다. 

 

지나온 방향으로 돌아보면 왼쪽으로 옥녀봉.. 오른쪽으로 아가봉.. 아가봉 앞 쪽 작은 봉우리에 매바위가 보인다. 

 

풍화작용으로 화강암 암벽에 이렇게 벌집처럼 집단적으로 파인 구멍을 타포니(Tafony)라고 한다.  

 

비학산이 날개를 펴고 있는 모습이.. 칠학동천에서 날아간 일곱마리 학이 소나무 가지위에 둥지를 틀었나 보다.  *^^ 

 

16:40 앞에 보이는 494 고지 직전 안부에서 오른쪽 비탈길로 바로 내려가면 배티골이다. (← 아가봉 1.1Km, 갈론 1.9Km ↘)

 

비탈길로 내려서며 보이는 모습.. 옥녀봉(559m), 무명봉(521m), 아가봉(538m). 그리고 매바위봉.. 지나온 봉우리들이 한 눈에 보인다. 

 

배티골로 내려가는 비탈이 만만치 않다. 

 

인적이 거의 보이지 않는 원시림 같은 숲길은 어두울 정도이고.. 

 

울퉁불퉁 너덜길에도 사람의 발자취가 보이지 않는다. 

 

17:25 배티골로 내려와 시원한 계곡물에 손을 담근다.  

 

17:40 배티골을 다 내려와 마을로 나가기 직전..  흐르는 물 때문인지 에어컨을 틀어 놓은 듯 엄청 시원하게 느껴진다.
         물 밖으로 나서면 다시 후덥덥 금방 더워지고.. 다시 물가로 내려서면 냉방이고.. 신기한 생각이 들 만큼 서늘하다. 

 

물가에서 올라서면  개울 건너 집이 보이고.. 갈은동 계곡물이 달천으로 흐르는 개울을 건너면 포장공사중인 도로다. 

 

저 아래 보이는 집 뒤편 골짜기로 내려왔다. (앞에 보이는 능선 아래쪽 어디에 옥녀봉으로 바로 올라가는 들머리가 있는 것 같다.)  

 

포장공사중인 도로을 따라 마을 안쪽으로 10분쯤 걸어간다. 

 

갈론주막에서.. 시원한 막걸리 대신 시원한 캔 음료 한 통씩 사 마시니.. 주인 아주머니가 '놀러들 다니니 좋겠네요'한다.
이 집 짓느라 엄청 고생했는데. 가게 때문에 놀러 다닐 수가 없다며.. 여름이면  여기 계곡에 사람들이 바글바글 많다고 한다. 

갈론 산촌 체험관(옛 갈론분교) 앞 주차장, 오전에는 차가 여러대 있었는데.. 거의 다 나갔다. 

 

16:00 하산 완료, '골골이 새긴 명시'를 다시 떠올리며 갈은구곡을 뒤로한다. 

 

19:20 수안보 온천.. 그리고 충주와서 삼백초 오리고기에 맥주 반잔.. 팥빙수까지 먹었는데..
22:40 영월 도착.. 차에서 내릴 때.. 아구구 다리야.. 소리가 저절로 나오니.. 작년하고 다른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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