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 있는 비경 '갈은구곡(葛隱九曲)'

박삿갓의 산행일기 2012. 5. 24. 14:17

괴산에는 아홉 풍경을 거느린 구곡(九曲)이라는 이름을 가진 화양, 선유, 쌍곡, 갈은, 연하, 고산, 풍계계곡 등이 있다.
이 중 하나인 '갈은구곡(葛隱九曲)'은 외지인의 발길이 뜸했던 오지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 주는 곳이다. 

▶ 산행일시 : 2012. 5. 20 (일요일)  * 산행인원 : 4 名
▶ 산행경로 : 갈론마을 - (갈은구곡)- 3.4Km→ 갈은재 - 0.3Km→ 옥녀봉 → 0.5Km→ 사기막재 - 1.2Km→
                   아가봉 - 3.0Km - (배티골) → 갈론마을 (옥녀봉코스 8.4Km + 다래골 1.6 Km, 총산행거리 약 10Km)
▶ 산행시간 : 7 시간 (11:00 ~ 18:00 )  * 갈은구곡 탐사 및 점심 식사시간 포함.
▶ 날씨 : 초여름 날씨지만 계곡과 원시림 같은 숲길은 그리 더운 줄 모른다.(산행기온 : 26 ℃) 
▶ 산행일정 : 08:30 영월 출발.. 국도로 충주지나.. 쌍곡계곡 방향으로 괴산군 칠성면 도착하여.. 칠성성당 잠시 들림

 10:30 칠성면 외사리 수전교를 건너기 전에  좌측으로 달천을 끼고 괴산수력발전소를 지나 5km정도 들어가면 갈론마을이다. 
          휴일이라서인지.. 달천 우측방향 산막이옛길로 가는 길은 관광버스와 승용차들이 줄을 이어 수전교 다리를 건너고 있다. 



차를 타고 지나는 동안 등잔봉과 천장봉 능선이 이어서 지나가고 괴산호  건너편으로 산막이마을이 스쳐 지나간다. 





괴산호 관광 여객선 도선장 선착장 부근에 괴산군 관광안내도와 갈은구곡 안내도가 보여 잠시 차를 세운다. 



갈은구곡은 괴산수력발전소에서 약 4.2km 들어서 북쪽으로 군자산, 동쪽으로 비학산, 남쪽으로 옥녀봉 사이에 있는
갈은계곡이 품은 아홉 가지 비경을 이르며,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 갈론마을을 들머리로 삼는다.
이 마을이 갈론(葛論)이라 불리는 이유는 예로부터 산천에 칡이 많고 유명한 선비가 숨어 살았기 때문이라고 전해지는데
그래서인지 구곡마다 큰 글씨로 곡의 명칭이 새겨져 있고, 작은 글씨로 칠언절귀의 시가 암각되어 있는 걸 볼 수 있다.

* 산행후 확인해 보니.. 안내도에서 제4곡인 옥류벽에서 계류를 건너 제9곡인 선국암까지 길이 이어지는 것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제5곡인 금병 전에서 왼쪽으로 다시 계류를 건너고, 제9곡 선국암에서 오른쪽 옥녀봉 방향으로 계류를 건너갔다.

 

갈론마을은 ‘칡뿌리를 양식으로 해 은둔하기 좋다’는 말처럼 지금껏 노선버스가 다니지 않고 있는 오지다.
벽초 홍명희의 조부 홍승목과 국어학자 이능화의 부친 이원극이 은둔생활을 보냈고, 구한말 칼레 신부가
천주교 박해를 피해 숨어든 곳이다. 갈은천을 끼고 있는 이 마을도 현재 개발의 바람이 불고 있는 모습으로,
한창 포장공사중이라 먼지가 날리는 도로를 따라 갈론마을로 들어간다.



10:50
 마을 끝부분에 자리한 옛 갈론분교인.. '갈론 산촌 체험관' 앞 주차장 도착.
         체험관 입구에 [갈론 산촌 체험관, 비학봉 마을]이라는 간판과 안내문이 보인다.



갈은구곡은 괴산수력발전소에서 4.2km 들어서면 북쪽으로 군자산, 동쪽으로 비학산, 남쪽으로 옥녀봉 사이에 있는
갈론(葛論) 마을 안에 있는 계곡을 따라 펼쳐지는 아홉 개의 비경을 일컫는다.



'골골이 새긴 명시 갈은구곡'이라는 표지석과 주차장 한 편으로 괴산군 관광지 안내판이 보인다. 



갈론마을 지나 거슬러 올라가는 계곡에 비경이 펼쳐지는데 신선이 내려 왔다는 강선대를 비롯하여 갈은동문, 갈천정,
옥류벽, 금병, 구암, 고송유수제, 칠학동천, 선국암이 구곡(九曲)을 형성하고 있다.



갈은구곡은 2002년 '충북의 자연환경명소'로 지정되었다.



11:00
갈은계곡을 향하여 산행 시작. (표지석을 경계로 차량통제선이며 앞쪽으로 갈론교가 보인다.)



갈론교를 건너 5분쯤에 보이는 속리산국립공원 간판과 낡은 차단기가 이곳이 속리산국립공원 구역임을 일깨워 준다.



아이들을 만나 이 마을에 사냐고 물어보니..  할아버지 댁에 놀러 왔단다. 요즈음 농촌에서는 이처럼 아이들을 보기 힘들다.



숲이 우거진.. 옛 산골길 그대로의 모습이다.



갈은구곡 표지석을 기점으로  약 400m 거리에.. 개울가 거대한 암반을 틈새로 물길이 흐르는 넓다란 너럭바위를 만나고,
길 오른쪽으로 길이 100여미터 높이 30m여미터는 되어보이는 거대한 바위벼랑이 보이는데.. 여기가 제1문 갈은동문(葛隱洞問)이다.



계곡을 감싼 거대한 바위가 병풍처럼 들어선 모양새가 꼭 성벽 같다. 어느새  벌써 저기쯤 가고 있으니.. 큰 소리로 불러 세운다.



이곳이 갈은구곡(葛隱九曲) 관문인 '갈은동문(葛隱洞問)'이라고 설명하고.. 사진 좀 찍고 가라고.. 힘들게 단체로 포즈를 잡았다.



초여름 갈수기라 계곡에 물이 적어 아쉽지만..  맑은 물에 잔잔히 비치는 신록의 푸르름이 마음를 달래준다.



거대한 바위틈새로 물길이 만들어져 맑은 계곡물이 흐르니 신기한 듯 자세히 보고 있는데... 
바위 틈새로 만들어진 물길은 무슨 용도로 쓰면 안성맞춤일까 하다가.. 뒷태를 보고 웃는가 보다. ㅎ



절벽 위에 들어앉은 커다란 바위에 새겨 놓은 ‘葛隱洞門’(갈은동문)이라는 글씨가 또렷하게 보인다.
절벽 어디에 ‘동의온오하의량(冬宜溫奧夏宜凉), 여고위린시접방(與古爲隣是接芳), 백석평원성축포(白石平圓成築圃),
청산중용요원장(靑山重聳繞垣墻)’이란 시구(詩句)도 새겨져 있다는데..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절벽에 새겨진 시구는 ‘겨울에는 따솜따솜 여름에는 서늘서늘, 태고의 자연과 벗하며 사노라니 마냥 좋아라,
평평하고 하얀 암반은 채소밭 하면 안성맞춤, 청산은 겹겹이 높이 솟아 담장이어라’라는 뜻이다.



갈은동문을 지나 잠시 물길을 따라 오르면 길 왼쪽 계곡 건너편으로 커다란 바위 두 개가 보이는데.. 제2곡 갈천정(葛天亭)이다.
 제2곡인 갈천정 (葛天亭), ‘갈천’ 성을 가진 사람이 은거했던 이곳은 갈론마을의 지명유래가 된 곳이라고 하며,
옛 선비들이 모여 시회(詩會)를 가졌다는 곳이기도 한다. 바위 위쪽 정면에 ‘葛天亭’(갈천정)이라는 글씨가 보이는데,
‘일기청산모(日氣靑山暮)라.. 햇살은 청산 너머로 저물어가고..’로 시작되는 시구(詩句)가 함께 새겨져 있다고 한다.

계곡 아래로 물빛은 보이지 않으나 시원한 나무그늘속에 아이들과 함께 놀러 나온 것 같은 가족들의 모습이 보인다.
* 나중에 사진을 보니 오른쪽 바위 위쪽으로 작고 네모난 표식이 보이는데.. 제2곡 강천정 표시물이 거기에 달려 있었다. 



길 오른쪽으로는 집채보다 커다란 바위가 또 보이는데..  바위 중간벽에 '場喦石室(장암석실)'이라 새겨진 글씨가 또렷하다.
글자를 새긴 부분이 아주 오래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나름대로 해석해 보니 '마당바위 돌집'이 되는데.. 비슷한가 모르겠다.  *^^



11:20
 삼거리 갈림길 도착.
         삼거리에는 속리산국립공원사무소의 안내판이 보이고, 길 옆으로 국립공원 소속 차량이 한 대 주차되어 있다.
         (이 곳이 비학산을 옆에 끼고 흐르는 다래골과 갈은동계곡 물이 만나 합수되는 부분이라는 것을 한참 후에 알았다.) 



이 곳은 멸종위기야생식물 II급 망개나무의 중요한 자생지이며.. 식물채취 금지와 산불조심을 알리는 안내문이다.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조금 더 오르면 강선대(降僊臺)다. 앞에 커다란 바위도 보이니.. 갈은동계곡이  이쪽 방향인 줄 알고 간다.
* 강선대는 삼거리에서 동쪽으로 약 100m 거리인 다래골 입구 계류 건너편에 있는 작은 절벽이다.



다래골 계류 건너 작은 절벽에 ‘降僊臺’(강선대)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고, 암벽은 개울까지 암반으로 이어져 물 따라 흐른다. 



바위벽에 ‘降僊臺’(강선대)라는 글씨가 큼지막하게 새겨져 있는데, 신선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곳이다.



'降僊臺’ 글자 아래쪽에 전서체로 음각되어 있는 시구(詩句)가 보이는데.. 仙人이라는 글자가 제일 먼저 눈에 뜨이니..
물보다 글씨가 더 많이 남은 은둔의 골짜기.. 신선이 내려온 강선대(降僊臺)에서.. 반쯤 신선(?)이 되었나 보다.

황당하다고 해야 할까
진짜라고 해야 할까
이 세상에 신선을 본 사람
몇이나 되리오 



신선이 내려와 발을 담그고 놀던 곳이던가... 가뭄으로 물이 줄어든 작은 소(沼)에 풀빛이 어린다.



강선대를 지나 골을 따라 올라간다.



개울가 시원한 나무그늘에 여유롭게 쉬기도 하면서..



울도 건너고..



한참 올라오다 보니.. 복숭아, 배, 사과등 과수단지가 이어지는데...



길이 끝나면서 과수원 관리용도로 보이는 비닐하우스가 보이고.. 뭔가 좀 이상한게.. 길을 잘못 들어선 것 같아 잠시 헤멘다.



비닐하우스 오른쪽으로 계류를 건너가니 토끼가 지나 간 듯한 희미한 산길이 보인다.



11:45
조금 더 들어가 보았지만.. 아니다 싶어.. 나침판과 지도를 꺼내어 방향을 보니 동쪽 다래골로 잘못 온 것 같아.. 돌아선다, ㅠ,ㅠ 



옥녀봉쪽을 바라보며.. 오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내려간다.



또 다른 등산팀도 길을 잘못 들었다. 언젠가 옥녀봉을 한번 왔었다는데.. 오늘은 들머리가 달리해서인지.. 같이 되돌아 내려간다.



12:10
갔던 길을 돌아 내려와.. 다시 삼거리.. 이번엔 오른쪽 남쪽 방향으로 간다. 



한번 헛갈리니.. 이쪽 골도 바위 계곡은 안 보이고.. 또 잘못 들어서는 것 같다며.. 머뭇거린다.



하지만.. 조금 더 들어가다 가뭄으로 물이 잦아든 개울을 건너면서.. 왼쪽으로 멋진 계곡이 나타나는데..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잔잔한 물에 풀빛이 가득 고여 있으니.. 이제서야 길이 맞구나 하며 마음이 좀 놓인다. 휴~



다시 계곡 오른편 숲길을 따라..



길 옆으로 구조 지점 표시물도 하나 보이고.. 이제는 등산로가 확실한 것 같아 안심이다.



길을 제대로 못 찾아 머뭇 거리던 발걸음들이 조금은 빨라진다.



12:25
제4곡 옥류벽(玉溜壁)을 만난다. 계곡 왼쪽으로 시루떡을 층층이 쌓아놓은 듯한  바위벽이 보이고,
        3 m 정도 높이의 암벽이 길게 이어지며 거울처럼 맑은 담(潭)에 나무 그림자가 드리운 멋진 풍경이다.



옥류벽 아래쪽으로 보이는 모습..



오른쪽 나무가지에 걸린 낡은 노란 손수건.. '갈은구곡 제4곡 옥류벽'이라는 글씨마저 흐릿하지만.. 이처럼 반가울 수 없다. 



왼쪽 바위면에는 漢詩가 새겨져 있다. 시귀에 용(龍)도 나오고 거북이(龟)도 나오는데.. 이런 멋진 계곡에 이무기가 사는건 기본이다. 



층층바위 위쪽에 옥류벽(玉溜壁·)이라는 전서체가 뚜렸하다. 구슬 같은 물방울이 흘러내리는 벽이라는 뜻안데,
갈은계곡의 시원한 바람과 나무그늘에 숨어 초여름 날씨에도 아직 덥지 않은 듯이.. 옥류벽은 땀을 흘리지 않는다.



옥류벽을 지나 왼쪽으로 계류를 건너면서 다래골에서 만났던 팀이 조금 앞서간다.









계류를 건너온 지점에 길을 잃지 않도록 리본 하나를 달아 놓고.. 계곡 왼편으로 올라선다.





12:30
반대편에서 내려오는 다수의 등산객들을 만난다. 계곡을 따라 올라 갔다가 길을 못 찾아 되돌아 내려가는 길이라고 한다.



계곡 왼쪽으로 올라가며 내려다 보이는 모습이 비단 같은 금병(錦屛), 거북을 닮은 구암(龜岩)이 있는 부근 같은데,
확실하게 알 수가 없고.. 시간도 지체되여.. 내려가 보지는 못하고 그냥 계곡 윗길로 서둘러 지나간다.

* 제5곡 금병(錦屛)은 옥류벽에서 상류로 약 100m 거리인 협곡이 ㄱ자로 꺾이는 곳 오른쪽 절벽으로,
   황갈색 바위벽에 물빛에 반사된 햇볕이 닿으면 그야말로 비단처럼 보인다는 곳이다.
* 제6곡 구암(龜岩)은 금병에서 상류로 약 40m 거리에 있는 거북을 닮은 기암이다.



계곡을 따라 올라오다 넓직한 암반과 갈라진 바위, 그 옆 나뭇가지에 걸린 노란 손수건 표시물을 하나 더 발견한다.



'갈은구곡 제8곡 철학동천' 이라는 표시가 적힌 노란손수건.. 이 곳에서 태진아를 만난 듯 반갑다. (가보면 생각보다 찾기 힘들다.)



바위 측면에 새겨진 칠언절구의 漢詩 구절중 두번째.. 鶴飛不見但看雲.. 학이 날아 오르지만 보이지 않고 단지 구름만 보이네..
나름대로 해석해 보지만.. 뜻이나 맞는가 모르겠다. 허긴 언제적 학인데 지금 세월에 날아 다니겠나.. 숲 사이로 하늘만 보인다. *^^



12:35
계류 건너편으로 바위벽에 古松流水(고송유수)라는 글자는 보이는데.. 齊 자는 안 보인다.
고송유수제(古松流水齊) 라는 말은 노송 아래로 흐르는 물가에 지었던 집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바위 뒤편 숲속에 돌로 쌓은 담장이 지금껏 남아 있으니.. 과연 옛 선비들이 집을 짓고 풍류를 즐길만한 곳이다.



고송유수제에는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의 조부 홍승목, 구한말 국어학자 이능화의 부친 이원극의 이름등이 새겨져 있다.
옛날에는 바위에 詩를 쓰고 이름을 새기는 것이 풍류였는가 보다. 하지만, 요즈음 그랬다가는 자연훼손이라 큰일난다. 



고송유수제(古松流水齊) 문구 우측면에 갈은동(葛隱洞) 글씨가 보이고, 여러 이름이 새겨진 바위벽 오른쪽으로,
조선조 때 ‘임꺽정’의 작가 벽초 홍명희의 조부이자 이조참판을 지낸 홍승목(洪承穆)의 이름이 확실하게 보인다.



초여름 가뭄에 계곡물도 줄어 암반 아래쪽으로 내려가 쉽게 계류를 건너간다.



계류를 건너와 오른쪽 절벽을 타고 다시 윗쪽으로 올라가는데.. 사진 찍느라 넘겨 준 스틱까지 한 손에 세 개를 들고 다닌다. 



이쪽 절벽쪽에 '제7곡 고송유수제'의 노란 손수건이 걸려 있어 인증 샷! 



고송유수재(古松流水齋)는 U자형을 이룬 바위지대 가운데로 계류가 흐르며 왼쪽 바위벽에 ‘葛隱洞(갈은동)’ 글자가 새겨져 있다.
오늘은 옛 소나무와 흐르는 물.. 선비들이 노닐던 초막은 보이지 않으나.. 단비가 내리면 갈은동계곡에 다시 옥류가 넘쳐 흐르리라..



계류 건너편으로 또 무슨 글자를 보았는가 보다. 부지런히 이곳 저곳 글자를 찾아내어 사진찍으라고 알려주기 바쁘다.



고송유수제 위쪽 계류를 건너는 이 곳이 칠학동천(七鶴洞天)의 풍광 같은데.. 두루미는 날아가고 맑은 물에 그림자만 어린다.
* 여기서, 두루미는 학(鶴).. 고니, 해오라기는 백조(白鳥)를 이르는.. 고운 우리말임.



학이 일곱 마리나 살았다는 칠학동천(七鶴洞天).. 학은 어디로 날아가고.. 영월 나그네는 옥녀를 찾네.. 라고 새기고 싶다. *^^



12:45
선국암(仙局喦), 칠학동천 바로 위쪽에.. 바둑판이 새겨져 있는 평상 같은 거대한 너럭바위다. 
         바둑판 네 귀퉁이에는 ‘四老同庚'이란 글씨가 음각돼 있고 바둑알을 담을 수 있는 홈이 파져 있다. 
         四老同庚(사로동경)은 4명의 동갑내기 노인들이 바둑을 즐겼다는 뜻이라 하는데... 
         동경(同庚)이라.. 나랑 같은 60갑자 스물일곱번째 경인년(庚寅年)에 태어났던 분들일까..
         * 옛날 같았으면.. 환갑, 진갑 지났으니 우리도 노인네 소릴 들을 법도 하고...
            앞서가는 친구도 경인생 동갑이니.. 이로동경(二老同庚)이라.. 마주앉아 대국(對局) 한 판 두어볼까.. *^^ 

* 바위에는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시구도 새겨져 있다는데.. 눈에 뜨이지 않아 아쉽다.

  옥녀봉두일욕사    玉女峰頭日欲斜,    옥녀봉 산마루에 해는 저물어가건만
  잔기미료각귀가    殘棋未了各歸家     바둑은 아직 끝내지 못해 각자 집으로 돌아갔네
  명조유의중래견    明朝有意重來見     다음날 아침 생각나서 다시 찾아와 보니 
  흑백도위석상화    黑白都爲石上花     바둑알 알알이 꽃 되어 돌 위에 피었네



뒤따라가 仙局喦(선국암)이라는 글자를 찾더니 스틱을 들어 가리킨다. 선국암은 신선이 바둑을 두던 바위라는 뜻이다.



멋진 비경을 그냥 두고 가기 아쉬워 한 장 같이 찍어 달라고 하자.. 부지런히 건너 온다.



신선이 바둑을 두던 자리에서.. 오랫만에 같이 서서 사진을 찍으니.. 신선(神仙)이 따로 없고 선인(仙人)이 따로 없다.



바둑판 양 쪽 바둑알 통에 누군가 흰 바둑알, 검은 바둑알도 가져다 담아 놓았다.



바둑판  네 귀퉁이에 '사노동경(四老同庚)이라는 글귀가 음각되어 있는데,  햇빛때문에 명암이 강하여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 각도를 달리해 두 장으로 찍었는데 아래 사진 좌우로 老 자와, 同 자가 보이고,



* 아래 사진 앞쪽에 四, 오른쪽으로 庚 자가 보인다.



시원한 나무그늘에 멋진 바둑판까지 있다.. 바둑은 잘 못 두지만.. 둘이서 오목이라도 두고 가고 싶어지는 멋진 자리다.


뒷편 나뭇가지에 목판 하나가 걸려 있지만.. 오래되고 보이지 않아 계곡 건너편에서는 얼핏 이 곳을 지나칠 수 있다.



계류를 건너 옥녀봉으로 향하는 지점에 작은 표식을 하나 달아 놓는다.



옥녀봉을 찾는 사람들이 오늘처럼 길을 잃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갈은동계곡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다.



12:50
갈은구곡 탐사를 마치고.. 선국암 뒷편을 들머리로 본격적인 옥녀봉 산행길로 오른다.
        (선국암 뒤 산비탈 숲에 목책과 밧줄등이 보이는데 이곳에 옥녀봉으로 오르는 길이 있다.) 



※ 옥녀봉, 아가봉 산행일지는 순차적으로 포스팅 예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