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잣봉과 어라연

박삿갓의 산행일기 2013. 7. 1. 17:21
잣봉(537m)은 동강에서 가장 신비로운 경치를 자랑하는 어라연(魚羅淵)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산으로,
절벽(영월말로 뼝창) 위에 자란 노송과 굽이치는 동강의 푸른 물이 어울려 멋진 경치를 보여주는 곳이다.

어라연(魚羅淵)은 거운리(巨雲里) 동쪽 만지나루터 위에 있으며 동강의 비경으로 알려진 곳이다.
강 가운데에 옥순봉(玉筍峰)을 중심으로  세개의 큰 암석(三仙岩)이 푸른 물 속에 담겨 있으며,
기암절벽 사이로 솟아난 소나무들이 강물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보는 듯 아름답다.

 ▶ 산행일시 : 2013. 6. 29 (토요일)  * 산행인원 : 4 名
 ▶ 산행경로 : 거운분교 → 마차마을 → 잣봉 → 어라연 → 만지 → 거운분교 (산행거리 : 약 7Km)  
 ▶ 산행시간 : 약 5 시간 (14:10 ~19:10)  * 사진 촬영 및 휴식시간 포함  
 ▶ 날씨 : 무더위가 계속되던 여름날 오후 (한낮 능선 32℃, 오후 강변 30℃) 
 ▶ 산행일정 : 13:40 영월읍 출발..  14:00 거운분교 앞 도착.

14:10 거운분교 앞 '어라연 가는 길'로 산행 시작.


5분쯤 올라가면 동강이 내려다 보이는 능선에 이른다.

 



길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왼쪽은 고개를 넘어 작은마차로 가는 길이며,
오른쪽은 강변으로 내려가 만지와 어라연 쪽으로 가는 길이다. (↖잣봉 2.0Km, 어라연 2.4Km→)
          


여름철 한낮 태양빛이 너무 뜨거워 잠시 그늘에서 쉬어 간다.


예전 거운리사람들이 본골을 지나 마차와 문산리로 넘어 다녔던 고개다.


고개를 넘으면 작은마차 마을이 보인다. 옛날 연자매, 맷돌 등 돌로 된 물건들을 만들었던 곳이므로 '마차(磨磋)라는 지명이 생겼다.


마차마을에서 오른쪽으로 조금만 더 가면 아담한 나무다리가 있다. (어라연 2.4Km, 잣봉 1.4Km →) 
 



골짜기에서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오고..


숲길로 들어서니.. 시원한 그늘이 더없이 좋다.


15:10 다리 앞 벤취에서 한참 쉬고 나무계단길로 올라간다. (잣봉 1.1Km →, 어라연 2.1Km →)


약 10분 정도 가파른 나무계단길을 올라가면 잣봉 남쪽 능선에 이르게 되며, 우거진 소나무 숲에서는 솔향이 풍겨온다.


능선으로 오르면 잣봉까지는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능선길 쉼터에서 잠시 쉬어간다. 이곳에서는 동강 된꼬가리 여울이 내려다 보이는데.. 짙어진 녹음이 시야를 가린다.


동강 건너편 산릉위로 피어 오른 하얀 뭉게구름에 눈이 부시다. *^^*


능선길 양 옆으로 하얀꽃이 한창인데..


나무 생김새는 진달래나 철쭉을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잎은 작고..? 무슨 꽃인지 모르겠다.


나리도 더위에 붉게 물들었다.


쉼터에서 가까운 거리에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다.    


아래에 영월지방에 전해오는 어라연과 쏘가리에 얽힌 전설을 소개한다.

어라연의 아랫마을 삼옥리 섭새에 정씨(丁氏)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고기잡이를 좋아하였다.
어라연은 고기가 많기로 이름이 있었으므로 그곳으로 고기잡이를 자주 갔었다.
큰 물이 나간 후면 큰 고기를 잡을 수 있어 홍수가 진 뒤 맑아질 무렵의 어느 하루..
정씨는 어라연에서 고기잡이를 하였다. 허리가 짐길 정도의 깊은 물속에 들어가 낚시질을 하고 있었는데
선뜻하더니 큰 구렁이가 넙적다리를 칭칭감고 있었다. 무인지경에서 혼자였으므로 정씨는 어찌할바를 몰랐다.
이젠 죽었구나 하고 체념하고 있을 때 시커먼 물체가 홱 지나가더니 붉은 피가 흘러 내리면서
감겼던 뱀이 슬그머니 풀려 나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멀치감치 키짝만큼이나 큰 쏘가리가 유유히 사라졌다.
쏘가리의 등칼퀴는 대단한 위력이 있어 무었이든지 자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씨를 감고 있던 뱀을
쏘가리가 등칼퀴로 잘라 주었던 것이다. 쏘가리의 덕택으로 살아난 정씨는 그 후 부터는 고기잡이를 일체하지 않음은 물론
쏘가리 고기를 먹지 않았고 그 자손들에게 일러 쏘가리 고기를 먹지 않도록 유언하였다.
(이상 1983년 3월 경성문화사 발행 / 박영국 엮음 '영월을 찾아서' 내용 인용)

※ 아래 아내도 사진은 클릭하면 좀 더 큰 사이즈로 볼 수 있슴.


전망대의 난간 높이가 높고 잡목등으로 시야를 가리는게 흠이다.  


전망대를 지나 조금 더 가면 어라연이 한 눈에 들어오는 전망포인트가 있다.


 경사면에 추락위험 표지가 붙어 있으며  급하게 비탈진 곳이다.


어라연(魚羅淵)
거운리(巨雲里) 동쪽인 만지나루터 위에 있다. 옥순봉(玉筍峰)을 중심으로 세 개의 봉우리 (三仙岩)가

푸른 물 속에 진주처럼 틀어박혀 있고 기암절벽 사이로 솟아난 소나무들은 계곡의 맑은 물소리와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수목화를 감상하는 느낌마저 주는 곳이다.
옛날 이곳에 어라사(於羅寺)라는 절이 있었으므로 '어라연'이라는 이름이 붙었으며 지금도 그곳을 절터라고 하는데

근래에는 수운암(水雲庵)이 있었다. 영월에서 약 35리 정도의 거리로 길이 험하고 고기가 많으며

여름철에는 넓게 펼쳐진 백사장과 강 가운데 있는 커다란 너럭바위를 찾는 천렵꾼들이 많다.

 

1530년(중종 25년)에 간행한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다음과 같은 얘기가 기록되어 있다.

 

어라사연은 영월군의 동쪽 거산리에 있다. 세종 13년에
이곳에 큰 뱀이 있었는데, 어떤 때는 연못에서 뛰어 놀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물가를 꿈틀거리며 기어다니기도 하였다.

하루는 물 가의 돌 무더기 위에 허물을 벗어놓았는데
그 길이가 수십 척이고 비늘은 동전 만하고 두 귀가 있었다.

이곳 사람들이 비늘을 주워 조정에 보고하였으므로
나라에서는 권극화(權克和)를 보내어 알아보게 하였다.

극화가 연못 한가운데에 배를 띄우니 폭풍(暴風)이
갑자기 일어나면서 그 자취를 찾을 수 없었다.
그 후부터는 뱀도 또한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원지명은 於羅淵이었으나 후에 魚羅淵이라고도 부르고 있다.

(*이상 어라연 관련 자료 출처 : 영월문화원 홈페이지 문화와 역사 > 지명)

 

어라연에는 서로 이웃한 상선암과 하선암이라는 두 개의 섬이 있어 그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상선암은 바위섬 위에 늘푸른 소나무가 자라고 있으며, 하선암은 바위와 여자의 긴 속눈썹 같은 자갈밭이 길게 펼쳐져 있다. 

이곳 동북쪽 산중턱에 어라사(於羅寺)라는 절이 있었으므로 '어라연' 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며,
원지명은 於羅淵이였으나.. 후에 고기가 많아 비단결 처럼 떠오른다 하여 魚羅淵이라 부른다고 한다. 

 


16:20 잣봉 정상(해발 537m) 도착.  


동강 건너편으로 고고산의 산릉이 이어지고, 북쪽으로는 장성산이, 남쪽으로는 완택산이 보이고,
산 아래로는 동강의 푸른 물이 유유히 굽어 흐르는 풍경이 아름답다
새로 만들어 놓은 이정표는 전봇대처럼 너무 높다랗다. (← 어라연 1.0Km, 마차 1.4Km →)
 


잣봉을 뒤로 하고.. 어라연 방향으로 내려간다.


나뭇가지 사이로 동강이 보인다.



어라연으로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로 밧줄이 매어져 있다. 


건강한 소나무숲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17:00 전망대 갈림길 (← 잣봉 1.0Km, 어라연 0.1Km↘, 전망대 0.1Km→)


어라연의 비경이 바로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


래프팅하는 모습도 보이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하지만, 강물빛은 초록빛을 띄고 피라미 한 마리 보기 힘드니..
강물이 예전처럼 맑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에.. 동강 오염의 원인인 도암댐 문제가 조속히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ㅠ,ㅠ


어라연 (명승 제14호)
동강의 일부인 영월 어라연 지역은 하천지형이 다양하게 나타나는 천혜의 보고로서
한반도의 구조운동(융기)의 증거인 갑입곡류하천이 전형적으로 나타나며
하식애(어라연 일대의 수직절벽), 협곡(어라연 계곡), 구하도(상··하선암), 소여울, 급류 등의
지형· 하천 경관  및 하천, 암반, 산림지대등으로 형성되여 있는 식생경관과
정선아리랑 등 문화적 요소가 어우러져 천헤의 아름다움을 형성하고 있는 곳이다.

굽이쳐 흐르는 東江의 절경에 낙락장송(落落長松)마저 가지를 축축 늘어뜨리니.. 
자칭 영월 박삿갓이 한 잔 술에 취하여 읊어 보았던 자작시(?) 한 수를 소개한다. ㅎ

一盞醉偕徐    일잔취해서     한잔 술로 함께 천천히 취해가며,  (한一) (잔盞) (술취할醉) (함께偕) (천천히徐)
東江乙歌眠    동강을가면     동강의 새처럼 노래하고 쉬어보세나.. (새乙) (노래歌) ( 쉴眠)
親舊與娛裸    친구여오라     벌거숭이로 같이 즐거이 놀던 친구야 오라~  (더불어與) (즐거워할娛) (옷벗을裸) 
故鄕寧越鷺    고향영월로     철따라 고향 찾는 영월 해오라기 되어보자. ㅎㅎ (편안할寧) (넘을越) (해오라기鷺)


갈림길까지 갔다가.. 뒤늦게 내려온 일행과 다시 전망대로 와 본다.


영월지방에 전해오는 단종과 어라연에 얽힌 전설을 아래에 소개한다.

단종혼령은 자연암을 거쳐서 이곳에 오게 되었다. 단종은 궁중에 있을 때 수많은 산수화를 보았으나
이다지 뛰어난 경치는 처음 보는 터라 경탄하여 마지 않았다. 선암동조에서 언급하였으나
단종은 신선을 무척 동경하고 있었던 터이므로 이곳 옥순봉에 올라 앉아보니 신선이 된 기분이었다. 이제 신선이 되어
이곳에서 살리라 마음먹고 있을 때 홀연 물살이 갈라지면서 크고 작은 많은 고기떼가 줄을 지어 헌신하며 아뢰었다.
「대왕마마께서는 한 나라를 통치하셔야 할 어른이시었는데 액운으로 억울하게 되시었아옵니다.
영계(靈界)에서라도 통치를 하셔야 하옵니다. 태백산 신령이 되시어 태백산맥이 미치는 모든 산을 다스려야 하옵니다.
이는 하늘에 뜻이오니 사양하거나 지체치 마시고 태백산으로 가시어야 하옵니다.」하였다.
단종혼령은 그 말을 옳게 여겨 태백산 산신령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그래서 이곳을 고기가 떼지어 진언한 것이라 하여
고기어(魚)자와 벌라(羅) 자를 써서 어러연(魚羅淵) 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상 1983년 3월 경성문화사 발행 / 박영국 엮음 '영월을 찾아서' 내용 인용)

※ 아래 사진은 클릭하면 좀 더 큰 사이즈로 볼 수 있슴.


17:20 전망대 갈림길로 되돌아 와.. 어라연 강변으로 내려간다.





동강을 따라 내려가는 트레킹 코스..


작은 나룻배도 보이고.. 노오란 원추리도 피어있다.



강변을 따라 걸어가는 트레킹 코스.. 우거진 풀숲이 키를 넘는다.

 

된꼬까리는 정선읍 가수리를 지나 영월읍 거운리(巨雲里)의 어라연 밑에 있다. 물살이 거칠고 굽이가 심하다.


1950년대 정선에서 베어낸 통나무로 만든 뗏목이 정선 조양강(朝陽江)과 영월의 동강으로 이어졌다고 하는데,
정선을 출발하여 한양에 도착하기 까지는 황새여울, 된꼬까리, 둥글바위, 울여울, 군관여울 등의 험한 뱃길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이곳 여울목은 굽이가 심하여, 수많은 뗏목들이 뒤로 꼬꾸라질 정도로 심하게 꼬부라진(굽은) 여울목이라
"된꼬까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당시 뗏꾼들이 부르던 노래 가사가 지금도 거운과 문산리 지방에 전해지고 있다.

  눈물로 사귄정은 오래도록 가지만
  금전으로 사귄 정은 잠시 잠깐이라네
  돈 쓰던 사람이 돈 떨어지니
  구시월 막바지에 서리맞은 국화라
  놀다 가세요 자다 가세요
  그믐 초승달이 뜨도록 놀다 가세요
  황새여울 된꼬까리에 떼를 띄어 놓았네
  만지산의 全山玉이야 술상 차려 놓게나

이 노랫가락에 나오는 전산옥은 실제로 있었던 인물이며, 만지(滿池)에서 술을 팔던 들병장수로
특히 아라리를 잘 불러 그 인기가 대단했다고 한다.
(*이상 도서출판 대흥기획 발행 / 엄흥용 저 '영월 땅 이름의 뿌리를 찾아서' 내용 인용)
 
지금도 만지나루터에는 전산옥이 살던 집터가 있다. (*아래 사진은 클릭하면 좀 더 크게 볼 수 있슴.)

 


 강 건너편 뼝창에는 벌써 붉은 노을빛이 어린다.


농가 갈림길을 지나.. 우거진 숲으로 '전산옥(全山玉) 주막터'를 못 보고 지나친다.


강변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 길.. 여유로움에 이야기가 깊어진다.

 

동강의 자갈밭.. 어릴 적 강가에서 놀던 생각이 난다. *^^


 


섭새 가까이에 이른 래프팅.. 배를 흔들어 물에 빠트리는 모습이 보인다. ㅎ


19:10 거운분교 앞으로 산행 완료.


영월문화예술회관 인근 어느 맛집에서.. 생선구이, 돌솥밥에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더위를 이긴다.



     영월의 노래 / 하중희 작사, 이희목 작곡
 
     * 영인합창단(영월 사람들로 구성된 합창단)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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