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산꼬라데이길 (만경사길 - 광부의 길)

박삿갓의 산행일기 2013. 11. 17. 22:10

산꼬라데이길은 김삿갓면 예밀리에서 주문리로 연결되는 운탄길 등 옛길에 조성한 총 27km의 길로,
김삿갓포도의 산지인 예밀리를 지나는 예밀마을길과 굽이굽이 이어지는 18커브의 굽이길,
굽이길을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송골길, 망경대산 중턱의 만경사로 이어지는 만경사길,
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기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명상길과 옛 광부들의 정취을 느낄 수 있는 광부의 길, 
해발 700m에 위치하여 하늘 아래 첫동네라는 벽화마을 모운동을 잇는 모운동길 등 총 7개의 길이 있다.

망경대산([望京臺山, 해발 1,087.9m))은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과 중동면 경계에 위치한 산이다. 
망경대산의 꼭대기 못미처 800고지쯤에 망경산사(望京山寺)가  있으며, 900고지쯤에 만경사(萬頃寺) 있다. 
아랫절 망경산사 선방에서 윗절 만경사 법당까지는 1.2Km 거리로 걸어서 오르막길을 20분쯤 올라가야한다. 

10:35 망경산사에서 만경사로 향한다.



낙엽송삼거리를 지나 숲길로 들어서니 솔잎이 노랗게 깔려 있다



숲길을 지나면 포장된 길이 이어지고..


10:50 만경사사거리에 있는 MTB 이정표(↑만경사, 낙엽송삼거리 0.6Km →) 


이정표 바로 아래에도 올라가는 길이 있다. 따스한 햇살 아래 커피 한 잔하며 길목에 앉아 잠시 쉬어 간다. *^^  


만경사로 가는 길엔 갈잎이 수북하다.


만경사 오르막길에 자연석을 이용하여 있는 그대로 쌓아 놓은 크고 작은 돌탑들이 줄을 잇는다.


돌탑위에 작은 돌 하나를 정성스레 올려놓고.. *^^


11:10 만경사 도착.. 일주문 대신 코끼리상(상왕보살)이 서있다.





만경사에서 내려다 보이는 예밀리 마을은 금빛 낙엽송으로 더욱 아름다운 모습이며.. 멀리로 옥동리가 보인다.


만경사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33관세음보살상을 모신 사찰로 아미타삼존불을 중심으로 33관음성존이 있다.
옥동광업소가 번성하던 시절에는 신도들의 발길이 끊어질 날이 없을 정도로 붐볐던 절이였으나,
1989년 옥동광업소가 폐광되면서 방치되어있던 절을 주지인 등인 비구니스님이 등짐으로 복원 정화하였다고 한다.
※ 아래 사진은 클릭하면 좀 더 큰 사이즈로 볼 수 있음.




아미타삼존불의 인자하신 모습..





만경사 큰 법당인 광명보전과 산신을 모시는 삼성각.. 법당 부처님 점안식 때 만봉 큰스님께서
구십수의 연세에 불구하고 이곳 스님들과의 인연으로 법당 탱화를 모두 그리셨다고 한다.


통나무집 같은 나한전 앞에서 보이는 전망이 그만이다. 마대산 자락 아래로 옥동리의 모습이 아련하고,.
특히 만경사에서 보는 석양의 노을과 운해는 더없이 아름답다고 한다. (* 아래 사진은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음)




샘물 근처 길목에 걸려 있는 온도계는 4℃를 나타내고 있지만.. 망경대산이 차거운 바람을 막아주니 햇살이 봄볕같이 따뜻하다. ㅎ


법당에 걸린 풍경의 맑은 소리는 산객의 마음을 평온하게 한다. *^^


11:40 만경사를 나서며.. 봄에 다시 한번 오자고 한다.


낙엽송 숲길을 지나..


12:00 망경산사에 도착, 식수를 보충하는데.. 스님이 내어다 보며 '공양하고 가세요'라고 한다. 사실.. 점심시간에 맞추어 내려왔다. ㅎ 


절 주변에서 직접 재배한 채소 등으로 맛깔스럽게 준비한 뷔페식 상차림..


오는 날이 장날이라고 김장하는 날이라.. 밥이 세 솥이나 되고..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에 머뭇머뭇 거리며 밥을 푼다. ㅎ


점심 식사 후 친분이 있는 신도님의 안내로 명상원을 둘러본다.
 









싱크대 위에 놓여 있는 수세미.. 너무 예뻐 쓰지 못할 것 같다. ㅎ   




스님이 틈만 나면 서각, 그림, 공예 등 여러 작품을 만드신다는데... 미대 출신이라 솜씨가 남다르다고 한다.




13:30 명상원을 나서며 되돌아본 모습.. 버스 시간 때문에 스님께 인사도 못 드리고 바로 모운동으로 향한다.


13:40 빠른 걸음으로 명상길 쉼터를 지나..


13:50 싸리재 삼거리..



13:55 (구)옥동납석광업소를 지나.. (구)옥동광업소 2.3Km→, 모운동 1.5Km→)



길 옆으로.. 마지막 가을꽃인가..? 벌개미취를 파고드는.. 벌이 추워 보인다. ㅠ,ㅠ


14:15 임도와 차도가 만나는 운탄삼거리에서 오른쪽 임도로 간다. (구)옥동광업소 1Km→, 황금폭포전망대 1.3Km→, 모운동 200m↘


(구)옥동광업소로 가는 광부의길은 전에는 '모운동 운탄길'이라고 불렀는지.. 낡은 팻말이 보인다.


예전에는 광부들이 수 없이 다녔을 이 길이.. 오늘은 낙엽만 수북이 깔리고 인적도 없이 쓸쓸하기만 하다.

 

산꼬라데이 / 김원식


벌거숭이산 푸름으로
옷을 입혀준 석탄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광부의 발걸음은
호흡수량만큼 폐를 파고드는 석탄가루처럼
굽이돌아 오르내리던 길은 지워지지 않아
산꼬라데이에 남겨두게 되었지요
 
예밀리에서 모운동 잿말랑까지,
바람의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향리의 묵은 정은
지난 가을 낙엽에 묻혔지만
오늘의 봄은 어떤 새싹을 키워내고 있는지
 
할애비 주름살처럼 꼬불꼬불 이어지는 솔숲길,
검은 흙만이 광부의 삶을 기억하는 느림 길에서
만남을 준비한 기다림은 또 무엇인지요.

 

※ 위 詩는 ‘주천 강 문화센타’ 카페에서 인용

 


14:30 (구)옥동광업소 입구 길목에 있는 이정표(모운초교 0.7Km→)

 

석탄산업이 호황이던 1980년대까지만 해도 1만 명이 넘는 주민으로 북적대던 폐광촌이다.

 

 

 

(구)옥동탄광은 무연탄 탄광이며 영월탄전에 속하는 탄광으로 김삿갓면 주문리 해발 635m에 위치하고 있다.
1953년에 개광해 무려 40여년 동안 모운동 마을에 사람들을 운집하게 했던 탄광이었다. 

(구)옥동탄광은 한때 종업원 1749명, 연간 생산량이 28만5000톤(1961년)인 적도 있었다.
별표연탄으로 유명했던 옥동석탄광업소는 1960-1970년대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석탄생산량은 1988년 올림픽 이후 환경의식 변화와 가스 사용의 보급으로 해마다 채굴양이 줄어들다가
정부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1989년 4월에 폐광됐다.

모운동 마을은 활발한 탄광활동 시기에 유동인구가 8000명이 넘었지만, 옥동광산 폐광으로 광부와 가족들,
광산 하청업자 등이 떠나면서 지금은 57명의 주민이 생활하는 산골 마을로 변하고 말았다.

 


시커먼 광차 옆에 기대어 서있는 광부의 모습이 보인다. * 작품명: 휴식, 작가: 이희경.
고된 일을 한 후 잠시 휴식을 취하며 집에서 기다리는 아내와 아이들을 생각하는 믿음직스러운 아버지의 얼굴이다. 


황금폭포전망대.. 전망대 위로 올라가면 한국의 그랜드캐년이라 불리우는 협곡이 까마득하게 내려다 보이는데..
 과거 갱도에서 캐낸 석탄 외에 분리된 잡석 등을 티플러(광차를 뒤집어 쏟는 기계)를 이용하여 버리던 곳이며,
기계를 이용하기 전에는 사람의 힘으로 광차를 뒤집어 잡석을 버렸다고 한다.

탄광에서 흘러나오는 물길을 돌리여 만든 폭포는.. 철분 성분으로 물 빛깔이 누렇게 황금빛을 띈다고 하며..
그 당시 광부들에게는 황금을 제공했던 곳에서 나오는 물이니 황금폭포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한 것 같다. ㅎ
전망대는 다음에 한 번 더 와서 그때 올라가 보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지나가기로 한다.


광부의 샘.. 모운동 사택에서 일터인 광업소로 가는 길에, 안전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동전을 던지던 곳이라고 한다. 


(구)동발제작소.. 갱도가 무너지지 않게 받치는 나무기둥을 '동발'이라고 한다. 동발을 사용한 당시 광산 사고 중
가장 빈번하고 위험하였던 사고로 60% 이상이 붕괴사고였는데, 나중에는 콘크리트로 동발을 만들어 사용하였다고 한다. 

석탄광산은 금속광산과 달리 물리적 지반이 약해 죽음의 굴이었다. 무너진 탄 더미에 깔려 목숨을 잃고,
가스 폭발로 고혼(孤魂)이 된 광부들과 진·규폐증과 같은 직업병에 시달리며 석탄을 캐낸 광부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경제를 더욱더 발전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기록에 의하면 1968년부터 1995년까지 탄광에서 목숨을 잃은 광부는 4142명이고, 1980년부터 2003년까지 진폐증으로
사망한 근로자도 5311명이나 된다. 만일 1968년 이전의 사망자까지 합한다면 적어도 수만 명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오늘날 우리가 이처럼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 밑거름은 수백 미터 지하 막장에서 석탄을 캐던 광부들과
석탄산업 종사자들의 피와 땀이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진정으로 감사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운탄도로 입구.. 광부의길 이정표(←산꼬라데이길 종점 4Km, 모운동 250m →)


운탄도로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보면 모운동 마을이 보인다.


14:50 폐교를 개조했다는 하늘아래팬션(033-374-8866)을 지나 산꼬라데이길 트레킹을 마친다.


트레킹을 마치고.. 벽화마을이라는 모운동 마을을 돌아보니.. 집집마다 그려진 벽화..

 

마을 곳곳에 동화 속 이야기를 담은 벽화가 그려져 있어 벽화마을 또는 동화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구름이 모이는 모운동에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진 것은 SBS <짝>과 드라마 <버디버디>의 촬영지가 된 이후,
사람들이 전형적인 1970~1980년대 강원도 집 벽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탄광촌의 추억을 떠올린다.

또 더러는 층층이 이어진 강원도 산의 능선과 이른 아침 구름이 마을을 뒤덮은 풍경과 더불어
소박하게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삶을 엿보며 느리게 사는 인생의 의미를 되돌아보기도 한다.

구름이 모이는 마을 모운동이 속한 김삿갓면은 2012년 국제 슬로시티로 지정됐다.



동화마을이라고 하기엔 아이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고 너무 한적하여.. 안타까운 마음이다.  



버스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집에는 개미와 베짱이 벽화가 그려져 있다. 할머니 한 분이 지팡이로 작은 문을 두드리며..
집에 있어..? 어디 아파.. 하니.. 한참만에 안에서 문을 열어주자.. 구부정하게 들어가시는 모습에 마음이 찡하다. ㅠ,ㅠ


모운동 마을을 돌아보고.. 버스 정류장에 앉아 잠시 기다리자.. 예밀리쪽에서 시내버스가 들어온다.


15:20 모운동 출발 → 16:00 영월 덕포보건지소 앞 도착.. 집으로 왔다. ㅎ


※ ‘산꼬라데이’는 산꼭대기라는 강원도 사투리이다.  (* 아래 그림지도는 클릭하면 조금 크게 볼 수 있음)

※ 산꼬라데이길 현황: 8개소 27.5km
   ○ 예밀길(6km) - 송골길(2.3km) - 굽이길(5.5km) - 솔숲길(3.8km) - 만경사길(1.2km) - 
      명상길(1.1km) - 광부의길(3.3km) - 모운동길(4.3km) 
※ 위치 :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일원(주문 1·2리, 예밀 1·2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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