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친구들

박삿갓의 꽃 이야기 2010. 12. 3. 14:45

 아파트에서 가까운 곳에 마당 넓은 이웃집 친구가 나누어 준 그리 적지 않은 텃밭,
 이른 아침이면  제일 먼저 만나보는 텃밭 한구석 작은 화단의 들꽃 친구들을 소개 합니다.
 아침 저녁으로 자주 만나니, 젊은 시절 자주 만나 술잔을 나누던 친구들 처럼 정이 들었답니다.
 세월이 흘러 옛 친구들은 자주  만날 수 없지만, 대신 들꽃들이 친구하여 매일 매일 반겨줍니다.  

앵초의 꽃을 위에서 보면 꽃 모양이 벚꽃같이 보인다고 해서 '앵초(櫻草)'라고 합니다.
여기서 앵(櫻)은 앵두나무 앵(櫻)자로 나무 목(木) 에 조개 패(貝)자 두개와 계집아이 여(女)자가 합친 글자로,
조개를 가지고 노는 여자 어린아이의 방글방글 웃는 모습이 앵두처럼 예쁘다 하여  봍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아침 일찍 앵초의 꽃에 내린 이슬이 마르기 전에 꽃을 따서, 
받아 놓은 빗물에 넣고 온 종일 햇볕에 놓아두면 꽃으로 만든 정수(精水)가 되는데,
이를 사랑하는 사람의 베개에 뿌려두면 다음 달 안에 사람의 마음이 열린다고 합니다. 

높은산에 있는 '큰앵초'와 꽃의 모양은 같지만 잎이 다르며, 
앵초의 어린순은 나물로도 이용하고, 관상용으로 화분에 심기도 합니다.  
큰앵초와 같이 앵초도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생명력을 가진 야생화 입니다.  
꽃말 : 소녀시절의 희망, 귀여움 

작은 화단에는 노랑제비꽃, 흰제비꽃, 알록제비꽃, 분홍제비꽃, 
그리고 태백산 특산종인 태백제비꽃등이 있는데, 노랑색 제비꽃 종류는 제일 먼저 피어 거의 다지고, 
요즈음은 보라색과 흰색 제비꽃이 많이 피어 있습니다. 

'제비꽃'은 '오랑캐꽃'이라고도 하는데,  옛날 제비꽃이 필 때면 오랑캐가 처 들어왔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제비꽃은 피어있는 모습이 마치 한 마리 날쌘 제비를 닮았다고도 합니다.
꽃말 : 보라-정절, 흰색-순진무구한 사랑, 노랑색- 농촌의 행복, 하늘색-성실과 정결  



'봄맞이꽃'은 앵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밭 주변등 양지 바른 곳에서는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입니다.
 잔잔히 들여다 보면 참 예쁜데, 무리지어 피어있는 모습이  한국산 안개꽃 같습니다.
 이 꽃을 자세히 보려면 몸을 낮추어야 잘 보이므로 낮은 자세로 살아가는 지혜를 알려 주는 것 같습니다.
 다른 이름으로는 '점지매'라고도 하는데, 땅바닥에 매화 같은 흰색 작은 꽃잎이 뿌려진 듯 보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제비꽃'은 종류만도 30여종이 넘는다고 하는데, 
 '노랑제비꽃'은 높은 산에서 볼 수 있으며, '흰제비꽃'은 숲 속등 그늘진 곳에서 많이 자랍니다.
 '태백제비꽃'은 흰색 꽃이 다른 제비꽃보다 크며, 태백산에는 반재에서 망경사에 이르는 등산로 옆으로 많이 피어납니다.
  작은 화단에도 씨가 많이 퍼저 새싹들이 자라고 있어, 내년이면 태백제비꽃의 큰 흰꽃(太白)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호색'은 이른 봄 잡풀들이 자라기 전에 얼른 돋아나 꽃을 피우고 시들고 맙니다.
  또한, 현호색은 화려한 색깔의 꽃을 피우지도, 향기도 강하지 않지만 은은한 매력이 있는 꽃입니다.
 '현호색'도 종류가 많아 연한 작은 화단에서 제일 먼저 꽃을 피운 연한 남색 빛갈의 '현호색'은 벌써 다 시들었습니다.
  산자락에 피는 노란색의 현호색 닮은 꽃은 현호색이 아니고 현호색과의 '산괴불주머니" 입니다. 꽃말 : 비밀  

 동네 길가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기똥풀'  양귀비과의 두해살이풀입니다.
 꽃이 지고 맺히는 씨방에 털이 난 모습이 양귀비를 닮았나요? 
 꺽어보면 노란색의 액이 나오는데, 이 액이 애기똥과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학명의 Chelidonium 은 희랍어의 chelidom(제비)에서 유래 되었는데,
 제비 새끼가 태어나면 눈에 이물질이 눈을 뜨지 못하는데, 이때 어미가 애기똥풀의 줄기를 입으로 꺽어,
 거기서 나오는 노란 유액으로 어린 새끼의 눈을 씻어준다고 합니다. 

 실제로 애기똥풀은 양귀비과여서인지 유독성이며 살균작용이 있고,살짝 혀 끝에 대면 매우 쓴 맛이 납니다.
 그런데, 양귀비처럼 예쁜 여자도 주의해야 하나요? 그래도 젊어서는 예쁜 여자가 좋던데... 
 하여간, 위장염과 위궤양 등으로 인한 복부 통증에 진통제로 쓰이기도 하고, 이질, 옴, 버짐등에도 쓰인다고 합니다.  
 꽃말 : 몰래 주는 사랑, 미래의 기쁨  

 마치 광대가 두 손을 들고 재주를 부리는 듯 작고 귀여운 꽃은 '광대나물'의 꽃입니다.
'광대나물'이라는 이름은 줄기가 둘러싸고 꽃을 받치고 있는 이파리가 
 어릿광대들이 입는 옷의 목둘레 장식과 닮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너무 꽃이 작기 때문에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 하며, 햇빛에 비추어 보면 더 예쁨니다.
 일명 '코딱지풀'이라고도 하며 작아도 꿀샘이 깊어 꽃을 따서 빨면 꿀이 나와 달콤합니다.
 (이름이 비슷한 광대수염은 산지나 숲 속 그늘진 곳에 피는 연한 홍색 또는 흰색의 꽃으로,
  꽃이 피는 잎자루와 줄기 사이에 긴 수염 같은 돌기가 있습니다.)   꽃말 ; 봄이 그립다. 

 봄나들이 가는 새 각시를 닮은 모습처럼 예쁘다고 하는 '각시붓꽃"
'각시'라는 이름은 작고 여린 꽃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신비스러운 보랏빛 꽃의 붓꽃은 함초롬한 꽃봉우리가 마치 먹물을 머금은 붓과 같다하여 붙여진, 고운 우리 이름입니다. 

 붓꽃에도 종류가 많아, 작은 화단에도, 붓꽃, 큰붓꽃, 각시붓꽃, 노란무뉘붓꽃, 난쟁이붓꽃등이 있는데, 
 같은 각시붓꽃도 산지에 따라 꽃모양과 크기가 다르고, 
 개화시기도 달라 하나가 지면, 다른 하나가 또 피면서 봄소식을 이어줍니다. 

 아래는 1.000m이상 고산지대에 피는 '난쟁이붓꽃'입니다.
 고산의 험한 바위 능선에서 강한 바람을 이기기 위해 꽃줄기가 잛고, 꽃색깔도 강인한 남성같이 진합니다. 

 흰색바탕에 가운데 솟아있는 꽃잎을 중심으로 펼쳐진 꽃잎에 노란 무늬가 있는 
'노랑무늬붓꽃'은 한국 특산종으로 오대산에서 발견 되었다고 하는데, 개체군이 작은 희귀종입니다.
 몇 년 전 멸종위기에 처해 있던 것을 산림청에서 인공증식등을 통해 살리기에 나섰다고도 합니다. 

 작은 화단이 좋은지, 아니면 날마다 이른 아침이면 찾아와 주는 친구가 좋은지,
 지난 해에는 두,세송이더니 올해는 십여송로 자연 번식하여 개체수가 많이 늘었는데,  
 한아름 꽃으로 한창 예쁠 때 사진을 찍지 못해 아쉬워 했더니, 꽃이 지고 나서 뒤 늦게 몇송이가 또 피었습니다. 
 꽃말 : 사랑의 상징 

 둥글레 아제비라고도 하는 '각시둥글레' 
 잎 겨드랑이에서 한 두 송이 작고 예쁜 꽃을 늘어뜨려 피우는 미백의꽃이 앙증맞습니다.
 둥글레도 종류가 많아 층층둥굴레, 각시둥글레등이 있고, (각시는 작고 예쁜 뜻입니다.)
 둥글레차는 당뇨에 좋다고 하며, 생으로는 잘 안우려지면 뻥기게로 한번 튀기면 잘 우려진다고 합니다.
 꽃말 : 고귀한 봉사 

 주로 바위틈(특히 동강 같은 석회암 지역)에 굵은 뿌리를 내리고 물가에 어우려 자라며,
 단풍나무와 비슷한 잎을 가져 붙여진 이름인데, 단풍이라는 이름처럼 가을에 물이 들면 단풍도 곱습니다. 
 아래 돌단풍은 동강 주변의 것이 아니고, 높은 산 계곡에서 자라는 종류로 몇년 자라더니, 이처럼 꽃대가 강합니다. 

 민들레는 작은 꽃이 많이 모여 한 송이의 꽃을 이루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민들레꽃은 하나의 꽃이 아니라  200여개의 낱 꽃이 모여 이루어진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의 낱 꽃은 꽃받침, 꽃잎, 암술, 수술등 모두 가지고 있는 갖춘 꽃입니다.
 민들레는 흰색꽃이 피는 종과 노란색 꽃이 피는 종이 있습니다.  꽃말 ; 분산

 토종 민들레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 강인한 생명력과 절개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서양 민들레가 토종 민들레보다 더 적응력이 뛰어나 몇 남지 않은 토종을 밀어내고 있다고 합니다.
 서양 민들레는 1년동안 여러번 꽃을 피우지만, 토종 민들레는 봄에 한 번만 수정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니, 일편단심 민들레는 우리나라의 토종 민들레입니다. 

 어린 소녀가 머리를 양갈래로 따고 수즙어 웃고 있는 듯한 모습이 '말괄량이 삐삐'처럼 귀여운 '금낭화'
 알카리성 토질에서는 원래의 색으로 꽃이 피고, 산성 토양에서는 흰색꽃이 핍니다.
 유독성 식물이지만 , 며눌취나물이라 하여 어린 순은 나물로도 먹기도 하고 약재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꽃이 덩굴에 매달린 듯 피며 주머니 모양을 하고 있어, 금낭화(錦囊花 - 비단주머니)라 이름 지어진 것 같습니다.
 꽃말 ; 당신을 따르겠습니다 

 꽃이 지면을 덮어 '지면패랭이' 또는 '땅패랭이'라고 하는데, 보통 '꽃잔디' 라고 부릅니다. 

'긴병꽃풀'의 잎을 따면 향기가 많이 나서 몇 싹을 화분에 심어 베란다에 두었습니다.
 보라색 무늬의 긴병꽃풀 아래에 작고 하얀 꽃은.. 너무 작아 잘 안보이는데. 무슨 꽃인지 예쁘네요. 

 민들레는 씨앗이 바람에 실려가기 좋게 되어 있습니다. 바람에 실리면 저쪽 동네까지도 날아 갑니다.
 흰민들레를 번식하려고 지난해 꽃씨를 뿌렸더니 올해는 흰민들레가 노란민들레보다 많이 늘었습니다. 

 봉래산을 향하여 예쁜 모습을 보이는 철쭉은, 어릴 적 동강에서 보던 토종 철쭉입니다.
 둥글바위로 걸어 올라가던 산길 아래로 강 언저리를 붉게 물드리던 동강의 풍경은 도로가 나면서 사라지고..
 가지런하고 고운 자태로 동강을 향하여 함초롬하게 피어나는 철쭉의 모습만 애처로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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