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간의 봄소풍 (영월 물무리골)

박삿갓의 일상사 모음 2012. 5. 14. 18:50

물무리골은 영월 장릉(莊陵) 서쪽에 있는 골짜기로 넓은 잔디밭과, 물이 많이 솟아나는 늪이 있는 곳으로,
수년간 출입이 통제되어 들어가 볼 수 없었는데, 근래에 물무리골을 돌아 볼 수 있는 탐방로가 만들어져, 
올 동문체육대회때는 친구들과 함께 학창시절에 소풍을 갔었던, 우정과 추억이 담긴 물무리골을 둘러본다.

물무리골 7만5,617㎡에 조성된 생태학습원은 석회암지대이고 배수가 잘 되는 곳에 형성된 습지로 백부자, 산작약, 갈기조팝나무,
거센털개지치, 닭의난초, 병아리꽃나무, 잠자리 난초, 좀개미취, 참작약, 털댕강나무 등 희귀식물종이 다양하게 자라고 있다.
원목통나무의자, 포토존 등 쉼터가 들어서고 자연훼손이 없이 안전한 관람을 위해 약 1,1km의 관람로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5월 12일(토) 오후 1시 20분
  친구들과 함께 탐방로 데크를 따라 물무리골로 들어선다.
소나무 숲 오솔길을 따라 탐방로가 만들어져 있으며, 요즈음 많은 사람들이 산책 코스로 이용하고 있다. 


탐방로를 따라 물무리골을 한 바퀴 돌아 보는데 약 20 ~ 30분이 걸린다. 
물이 흐르는 도랑을 방부목등으로 낮은 축대를 쌓고 정비공사를 해 놓아 전보다 자연스러움이 덜하지만,
학창시절의 추억이 담긴 물무리골의 아름다운 모습이 자연 그대로 오래도록 보존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영월 장릉의 물무리골은 소나무, 참나무 등의 교목 27종과 갯버들, 보리수나무 등의 관목 34종,
속새, 쇠뜨기 등의 양치식물 3종, 으릅덩굴, 머루 등 덩굴식물 7종, 갈대, 억새 등 초본류 81종 및
멸종위기종 산작약, 백부자 등과 삵, 멧돼지, 고라니, 너구리 등 야생동물 천연기념물 황조롱이, 소쩍새, 까막딱따구리 등
조류 15종 산호랑나비, 무당벌레 등 49종의 곤충류가 자생하는 자연 생태계의 보존이 아주 양호한 곳이다.
한때는 잦은 산불로 인해 입산이 금지되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산책로를 편리하게 만들어 놓았다.




자~ 여기 보고.. 하나, 둘, 셋! 찰깍!  친구들과 사진도 찍고.. 


옹달샘터에서 시원한 샘물로 갈증과 향수를 달래는데.. 흰머리칼과 주름진 얼굴 모습이 보인다.
고교 졸업후 40여년만에 처음 만나본 친구인데.. 정말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흘렀다.  


깊은 산 속 옹달샘.. 언제 또 와서 먹으려나.. 젊은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여자 동창은 물 마시는 모습이 사슴을 닮은 소녀 같다. *^^


가장 좋은 시절.. 계절의 여왕 5月이라..  푸르름이 가득한 숲이 너무 좋다.


목이 긴 사슴을 닮은 소녀 같다고 했으니.. 나도 한 장 찍어 주려나 보다. *^^ 


물무리골 습지에 있는 작은 연못 근처.. 오늘 '봄소풍'의 하일라이트!  모두들 '보물찾기'에 열중하여 부산한 모습이다.


풀 숲을 샅샅히 뒤지고..


경찰 출신의 한 친구는.. 범인을 수색하듯.. 돌밑까지 들춰 보며 검문 검색한다.


사진을 찍으면서 슬쩍 슬쩍 나뭇가지 사이로 찾아보지만.. 사진 찍느라 나대다가..  결국 보물은 못찾고 나중에 한 장 얻었다. ㅎ


전직 대학교수님은 한 장 찾았는지.. 걸음거리가 당당하다.


전임 총동문회장님과.. 재경총동문회장님.. 두 분 회장님은 못 찾으셨나.. ?  걸어 오는 폼들이 좀 그렇다. 


작은 연못 습지에 곱게 꽃을 피운 '동의나물' 꽃이 피어날 때 봉우리진 모습이 물동이 같다 하여 붙혀진 이름이다.
나물이라는 이름이 있어 먹었다간 큰일난다. 잎의 모양이 곰취와 비슷해서 뜯어다 잘못 먹었다간 병원 신세를 져야한다.
생태학습장으로서의 물무리골은 작은 연못과 야생화들을 만날 수 있는 곳으로 9월에는 물매화가 이곳을 더욱 빛내준다.



물무리골 산책로를 한바퀴 돌아나와.. 전나무 숲 속 쉼터에서 잠시 땀을 식힌다. 



어젯밤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고.. 이렇게 친구들과 다정히 모여 앉으니.. 진정 이곳이 고향의 숲이다.


    물물이골 연가
                                          詩泉 

    물물이골 오솔길을 친구들과 걸어갈 때
    라일락 산철쭉이 향기 뿜어 반기우고
    그 옛날 어린 꿈들이 둥지 찾아 머무네

    자작나무 물푸레나무 바람결에 사운대고
    청솔은 우직한 절개 천년을 벗하는데
    사람은 한번 오고서 그냥 잊네 이 시간을

    꿈이여 다시 한 번 대뇌이고 싶은 나이
    벗들이 함께 하니 30년을 젊어지고
    사랑은 세월을 건너 물물이골을 흐르네 

    야광나무 굴참나무 나그네 잠시 세워
    단종의 애섧은 마음 새기고 가라하니
    그 어린 임금의 눈물 가슴속을 흐르네 

    전나무 숲 멋진 야외 무대에서.. 즉흥 자작시를 낭송하는 詩人 친구의 낭랑한 목소리가 온 숲에 울려퍼진다.


詩 낭송을 마치고.. 시원한 전나무 숲을 뒤로 하기가 못내 아쉬운 발걸음들이다. 


오후 2시  '40분간의 봄소풍' 을 마치고.. 물무리골 입구에 대기중이던 전세버스를 타고  다음 행선지인 청령포로 향한다. 
 * 물무리골 입구쪽.. 장릉과 인접한 이 부근에 충의공(忠毅公) 엄흥도(嚴興道)충신의 사당과 기념관이 건립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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