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

박삿갓의 산행일기 2010. 12. 20. 10:45

공룡능선 (恐龍稜線)

마등령에서 대청봉 사이에 솟아 있는 공룡능선은 '공룡의 등날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천불동계곡과 가야동계곡을 끼고 솟아 오른 바위 봉우리의 들쭉날쭉한 모습은 보는 이를 압도합니다.

▶ 산행경로 
    1일차 : 설악동 산행시작(09:30) - 3.0Km→ 비선대(10:20) -3.5Km→ 양폭(12:40) -2.0Km→
                           무너미고개(14:50) -공룡능선5.1Km- 나한봉 안부 도착(18:30)- (비박 야영)  
    2일차 : 나한봉 안부 출발(07:40)-→ 마등령(09:30) -3.5Km --(금강굴)-→  비선대(13:20) → 3.0Km→ 설악동 하산완료(14:10)  
▶ 총 산행거리 : 20.1Km 
▶ 실 산행시간(야영시간 제외) : 15시간 30분.  [1일차 : 9시간 (09:30~18:30),  2일차 : 6시간 30분 (07:40~14:10)] 
▶ 날씨 : 1일차 - 안개로 시야가 조금 흐리지만,
                        공기는 상쾌하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 오던 날(산행시 21℃, 야영시 6℃)
             2일차 - 하산길이 점점 더워지다 비선대에 이르니, 햇볕이 따갑던 날씨 
▶ 산행일정 



    09:30 설악동에서 산행시작. 10:20 비선대 도착. 
            천불동계곡으로 들어서니, 전날 내린 비로 계곡에는 맑은 물이 넘처 흐르고, 나무그늘은 가만히 있으면 서늘합니다. 
            계곡을 따라 조금 올라 오다가, 친구 부인이 특별히 가져 온 골뱅이를 까 먹으며 한참을 쉬어 갑니다.



  무너미고개(해발 1,020m)를 지나, 신선봉으로 가는 능선길도 만만치 않습니다.
  그래도 몇 년 전에 비하면 쇠밧줄등 안전시설이 많이 갖추어져 있었습니다.   



  무너미고개에서 오르,내리막길을 산행한지 약 한시간,  1Km 거리지만,  모두들 지치고 힘들었던 코스입니다.
  그러나, 신선봉 옆을 지나, 바위언덕에 올라서자, 저절로 탄성이 나옵니다. 

  "이것이 공룡능선인가?"   멀리 1275봉과 나한봉으로 이어진 공룡의 등날이 보입니다.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모두들 잠시 할 말을 잊고, 경이로움과 신비스러움에 감싸입니다.

 

바위언덕을 내려서 공룡의 등날로 한 걸음 더 다가 섭니다.


 
우람하게 이어진 공룡능선 (恐龍稜線) 이 등날을 타고 저 멀리에 숨어 있는 나한봉 까지 가야 합니다.
 


공룡능선 중간지점 부근에서 보는, 우뚝 솟은 범봉과, 외설악의 꽃이라고 하는 천화대(天花臺) 암릉이 장관입니다.



  어디를 보아도 기기묘묘한 설악의 기암절벽 입니다. 모두들 "힘이 들어도 정말 잘 왔어"라며 감탄합니다.



 등산로에는 대부분 돌을  깔아 놓았으며,  몇 년 전에 비해 등산로 정비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등산로 옆 바위 틈에는 '난장이붓꽃'이 중간중간 앙증맞게 피어 있고,
  풀 숲에서는 둥글레아제비라고도 하는 '각시둥굴레"의 수줍은 모습이, 나무 숲 아래에는 '큰앵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17:10  샘터 도착. 식수를 보충하고 어둡기 전에 잘 곳을 찿아야 하는데, 바람은 세차고 험한 산길만 이어집니다. 

  18:00  1275봉 안부에 올라보니, 야영할 만한 곳이 한군데 있는데, 작은 텐트하나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다시 무거운 배낭을 짊어 지고,  설악의 품에서 하룻밤 쉴 곳을 찿아야 합니다.
           공룡능선 중간 쯤에서 야영할 계획이였으나, 험하고 좁은 등산로에는 잘 곳이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마등령까지 가서도 잘 만한 자리를 못 찿으면, 야간에 하산 할 각오로 걸음을 계속하였습니다. 

  18:30  조금 먼저 간 선발대가 잘만한 곳을 찿았습니다.
           남자들이 낙엽위에  비닐을 깔고 비박할 자리를 마련 하는 동안, 여자분들은 부지런히 짐을 풀어 식사 준비를 합니다.



 '금강산도 식후경' 이라고, 먹고 나니 좀 살 것 같은데, 한 친구는 밥 먹자 마자 침낭으로 들어가, 5분도 안되어 잠이 들었습니다. 

  날은 어두워져 주위는 캄캄하고,  멧돼지가 여기저기 파 놓은 흔적에 겁이나서
  짐승들 오지 말라고 나뭇가지에 걸어 둔 작은 랜턴 불빛만이바람에 흔들리며 주위를 밝혀 줍니다.
  "다들 그냥 자?" 하고 큰 소리로 한마디 하자, 여기저기서 자기 먹을 팩소주 한,두병씩 들고 옵니다.
  조용하고 캄캄했던 산 속이 다시 헤드랜턴 불빛으로 조금은 환해지는데,
  떠들썩한 분위기에도 밥 먹자 마자 잠이 든 친구는 기척도 없지만, 모두 모여, 쥐포와 풋고추를 안주해서, 소주파티를 벌립니다. 

  5.1Km의 공룡능선에, 우리 8명과 1275봉에 2명 뿐, 오늘 밤은 산상낙원입니다.  
  피곤한 탓인지 소주 한, 두잔에 효과가 빨리 나타납니다. '산상 7080콘서트" 생방송이 2시간이나 계속되면서, 
  남자들이 "구름도 울고 넘는~저 산아래~♬" 에서  "울고넘는 박달재"로 넘어가니,  
  아줌마들은 "갈대밭이 보이는 언덕~♬"에서, "바위고개 언덕으로~ ♬" 올라가고, 저절로 흥이 납니다.
  평소 노래를 잘 안하던 친구도 오늘따라 소주 몇 잔 하더니,
  "내 인생에 태클을 걸지마~♬"라는 노래로 엉뚱하게 분위기 살립니다.
  나중에는 "바바람이 치던 바다~ ♬"하며, 산 꼭대기에서 바다노래까지 같이 부르며, 박수치고 장단 맞추고, 완전 신났습니다. 

  다음날 새벽 4시30분. 날이 밝아오며, 산새 소리가  들려 옵니다.
  5시30분,   "기상이여~"하는 큰 소리에, 모두들 일어 나는데, 어제 저녁 밥 먹자 마자 잠든 친구는 아무 기척도 없고, 
  6시경, 잠 많은 친구도 일어 났습니다. 모두들 간단히 식사를 하고, 부지런히 배낭을 다시 챙깁니다. 
  6시30분, 안개가 끼어서 많이 흐리지만, 산 위로 해가 떠 오르며 환하게 비치기 시작합니다. 

  07:40  개나리 봇짐을 다시 싸 짊어 지고, 2일차 산행을 시작 합니다. 
           10분 쯤 가파른 산길을 오르자, 나한봉이 앞을 가로 막습니다, 되 돌아 보니 밤을 지샌 곳은 나한봉 아래로, 
           밤 새 불던 세찬 바람을 나한봉이 막아 주어, 그리 춥지 않게 밤을 지샐 수 있었습니다.



  08:40  나한봉 절벽길, 마등령 쪽에서 오는 등산객들이 많아 지면서, 절벽길 오르,내리기가 더 힘들어 집니다.



  09:20  오랫동안 마등령의 상징이였던 '독수리 탑'이 무너져 있었습니다. 돌탑과 독수리 나무등걸을 정성드려 다시 세워 놓고, 
  09:30  마등령 정상(해발1,320m)에서 하산을 시작합니다.

  하산길에서 바라 본 '공룡능선'은, 우리가 살아 온 길 만큼 험하고 힘들었지만, 예쁜 들꽃들이 피어 있는 아름다운 길이였습니다.



  12:20  금강굴. 전에 못 가 본 사람들은 올라가 사진도 찍고, 
  13:20  비선대로 다시 내려와...
  14:10  설악동 도착, 이틀간의 산행을 무사히 마치고, 하산 완료. 
           속초로 차를 돌려.. 구수한 초당 순두부와 해물파전 그리고, 동동주 한 사발씩 들고, 
          "공룡능선을 위하여" 라고, 큰 소리로 건배하며 산행을 마무리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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