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승대 명명시(命名詩)

박삿갓의 여행 이야기 2023. 1. 2. 15:30

거창 수승대 명승지 (2008. 12. 26일 지정 국가명승 제53호)
ㅇ 지정명칭 : 거창 수승대(居昌 搜勝臺)
ㅇ 지정종별 및 번호 : 명승 제53호
ㅇ 소 재 지 : 경상남도 거창군 위천면 황산리 890번지
ㅇ 지정사유
 - 수승대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영남 제일의 동천으로 쳤던 ‘안의삼동(安義三洞)’ 중 하나인 원학동 계곡 한가운데 위치하는
   화강암 암반으로 깊고 긴 계곡과 주변 임야와 어우러져 탁월한 자연경관을 보여줌.
 - ‘수승대’ 명칭과 관련하여 퇴계 이황의 개명 시와 갈천 임훈의 화답시가 전하고, 수승대 양쪽에 위치하는 요수정과 관수루
   등이 잘 남아 있어 요산요수하는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산수유람 문화가 결합된 장소적 상징성이 큰 명승지임.

1543년 퇴계 이황(李滉, 1501~1570)은 수승대에서 15리 정도 떨어진 영승마을 살던 장인 권질의 회갑연에 참석했었다. (당시 권질은 사화로 유배되었다가 영승에 사는 처남 전철 일가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이황은 동갑내기인 신권(愼權, 1501~1573)을 찾아가 만날 작정이었으나 임금이 급히 호출하는 바람에 만남을 이루지 못했다. 임금의 부름을 받고 돌아가는 상황에서 이황은 수송대라는 이름이 아름답지 못하니 수승대로 바꾸자는 요지로 신권에게 편지와 시를 보냈다. 대학자의 요청을 받은 신권은 ‘깊은 마음 귀한 가르침 보배로운데 서로 떨어져 그리움만 한스럽네’ 라는 화답시를 짓고 바위에 수승대라는 각자를 새기면서 명칭이 유래되었다.

*이황은 1543년(중종 38) 1월 3일에 도착하여 1월 7일 떠나기까지 5일간 영승에 머물렀다. 이황은 지역 사림들과 교유하는 가운데 ‘영송’이 마을 이름으로 아름답지 못하니 음이 비슷한 ‘영승’으로 고치자고 제안하였고, 마을 사림들은 이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황이 직접 쓴 “영승 마을에 머물며 사락정을 짓다[迎勝村留題四樂亭]."라는 글을 인용해 본다. “영승촌의 옛 이름이 ‘영송’이다. 그 이름이 고상하지 못하므로 송(送)을 고쳐 승(勝)으로 하였다. 그 소리가 비슷한 것을 취한 것이다. 영승촌에는 아름다운 시내와 바위가 있었고 마침 시절이 바야흐로 이른 봄이어서 마을이 새로움을 향해 가고 있었던 때였으므로 ‘영승의 빼어난 경치를 맞이한다.’라고 하여 한 시절의 빼어남을 기록하였다. 사락정은 시내에 임하여 새롭게 지었고 지난해 내가 이름을 지어 보냈다.” 이때 이황이 남긴 시가 “이른 봄의 영승[迎勝村早春]”이었다. 이 현판 또한 사락정에 걸려 있다. 당시 이황은 당시 수승대에 은거했던 신권의 초대를 받았으나 방문할 시간을 내지 못하자 글을 지어 ‘수송대’를 ‘수승대’로 고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고, 신권은 이를 수용하였다. 이로써 ‘수송대’는 ‘수승대’로 바뀌었다. 이황의 방문을 계기로 ‘영송’이 ‘영승’으로, ‘수송대’가 ‘수승대’로 바뀐 것은 고대 국경 지대였던 이곳이 조선 시대 문화 공간으로 전환되었음을 보여 준다.
[출처] 한국학중앙연구원 - 향토문화전자대전  (*디지털거창문화대전 홈페이지 내용 일부 참조)

※ 退溪先生文集別集券之一 十九 (퇴계 선생 문집 별집 1권 19)
安陰古縣。有石臨溪。俗名愁送臺。泉石最勝。余於是行。以不暇往見爲恨。亦嫌其名之不雅。欲改爲搜勝。諸公皆肯之。
옛 안음현 시냇가에 바위가 있는데, 흔히 수송대(愁送臺)라 부른다. 산수의 경치가 빼어났다 하여 시간이 나면 가보려 했으나,
가 볼 겨를이 없어 안타깝다. 또한 그 이름이 아름답지 못하여, 수승(搜勝)으로 고치고자 하니, 여러분들이 모두 옳이 여겼다.

搜勝名新換  (수승명신환)    수승이라 이름을 새로 바꾸어 지으니,
逢春景益佳  (봉춘경익가)    봄을 맞는 경치에 아름다움이 더하네.
遠林花欲動  (원림화욕동)    멀리 숲에는 꽃이 피어나려 움트는데,
陰壑雪猶埋  (음학설유매)    그늘진 골에는 그대로 눈에 묻혀있네.
未寓搜尋眼  (미우수심안)    여기저기 싹을 찾아도 아직 붙지 못해,
唯增想像懷  (유증상상회)    오직 꽃봉오리 품은 상상만 더해가네.
他年一樽酒  (타년일준주)    언제 다른 해에 술 한 단지 차고 가서,
巨筆寫雲崖  (거필사운애)    큰 붓으로 벼랑에 구름이나 그리려네.

*搜(찾을 수), 勝(이길 승); 뛰어나다, 名(이름 명), 換(바꿀 환), 逢(만날 봉), 景(볕 경), 益(더할 익), 佳(아름다울 가) 
*遠(멀 원), 林(수풀 림), 欲(하고자 할 욕), 動(움직일 동), 陰(그늘 음), 壑(골 학), 猶(오히려 유): 그대로, 埋(묻을 매) 
*未(아닐 미); 아직 ~하지 못하다, 寓(부칠 우); 붙어 살다, 붙다(식물이 뿌리가 내려 살다), 搜(찾을 수), 尋(찾을 심), 
*眼(눈 안) ; 눈, 눈동자, 구멍, 안광(眼光), 시력(視力), 요점(要點), 어린 싹, 거품, 보다, 만나다
*唯(오직 유), 增(더할 증), 想(생각 상), 像(모양 상);, 懷(품을 회), 樽(술통 준); 술 단지(목이 짧고 배가 부른 작은 항아리)
*巨(클 거), 筆(붓 필), 寫(베낄 사); 본뜨다, 그리다, 雲(구름 운), 崖(언덕 애); 벼랑, 낭떠러지  (*한자사전 등 참조)
*搜尋 [sōu‧xún ] :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찾다. 물으며 찾다. (*중국어사전 참조)
*상상 (想像) : 실제로 경험하지 않은 현상이나 사물에 대하여 마음속으로 그려 봄.
*언제; 잘 모르는 때를 가리키는 지시 대명사, 베끼다; 글이나 그림 따위를 원본 그대로 옮겨 쓰거나 그리다.
*맺히다 : 열매나 꽃망울 따위가 생겨나거나 그것이 이루어지다. (*국어사전 참조)

※ 위 수승대 명명시(命名詩) 한자 풀이(譯)는.. 운율을 맞추어 풀이한 개인적 견해로, 기존의 해석과 상이(相異)할 수 있음.

*구절 해설 첨가 (*영월 박삿갓 개인적인 견해임)
 遠林花欲動 : 멀리(遠) 보이는 숲(林)에는 꽃(花)이 피고자 하는(欲) 움직임(動)이 보이는데, 
 陰壑雪猶埋 : 그늘진(陰) 골짜기(壑)에는 오히려(猶) 눈(雪)이 그대로 잔뜩 덮이어(埋) 있네.
 未寓搜尋眼 : 어린 싹(眼)이 보일까 찾고(搜) 찾아도(尋) 뿌리를 내리어 붙지(寓) 못(未)하니,
 唯增想像懷 : 오직(唯) 꽃봉오리 품은(懷, 맺힌) 모습(像)을 그리는 생각(想)만 더해(增)가네.  

거북바위를 나서며 다시 보니.. 搜勝臺라 새겨진 암각문(岩刻文)이 뚜렷하게 보인다. *^^

*搜(찾을 수)  : 1 (찾을 수)  2 찾다, 뒤지다 3 탐구하다(探求--)  *勝(이길 승) : 1 이기다 2 뛰어나다 3 훌륭하다
*臺(대 대) : 사방을 관망할 수 있는 바위 꼭대기의 넓고 평평한 반석(盤石), 또는 높게 두드러진 평평한 땅.
 순수한 우리말로는 이런 곳을 너럭바위라고 하며, 역시 펑퍼짐한 모양의 바위를 말한다. (*한자사전 등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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