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만물상 탐방기

박삿갓의 산행일기 2010. 11. 30. 18:33

요즘들어 산악인들이 가야산을 많이 찾고 있는데
가야산 최고의 비경을 자랑하는 만물상 코스가 38년만에 처음으로 개방되었기 때문이다. 
가야산 만물상은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38년간 통제됐던 등산로가 올 6월 12일 일반에게 개방되었으며,
이로인해 토·일요일과 휴일엔 전국에서 하루 7천~8천여 명의 등산객이 가야산으로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가야산 만물상 코스는 일반인이 등반하기에 적합치 않은 탓에 통제를 해오던 곳으로
2년여에 걸쳐 등산로 정비 사업을 거친 후 개방이 된 곳이다.
38년만에 개방이 된다는 소식에 많은 산악인들이 찾고 있으며, 전국의 산악회가 앞다투어 만물상으로 향하니,
지난 가을 본격적인 단풍시즌부터는 더욱 등산객들로 붐비는 곳이다.
 
더구나 11월15일 부터는 산불방지로 다시 입산이 통제된다고 하니 수많은 등산객들로 북새통이고,
700~800여 대의 주차장도 부족하여, 임시주차장도 운영하고 도로변에도 일부 주차하고 있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곳곳의 등산로는 협소하고 위험하여 산행객들이 곳곳에 정체되기 일쑤며,
주말과 휴일에는 백운동에서 입산할 경우 입산이 가능하지만 하산은 다른 코스인 용기골로 일방통제하고 있다. 
 
가야산은 6가야국의 주산(主山)으로서
상아덤(서성재에서 200m 거리)은 용기골에서 정상에 오르는 성(城)터에 우뚝 솟은  가망사백리(可望四百里)의 성봉(聖峰)이다.
 
옛기록에 가야산을 일러 "산형은 천하의 으뜸이요 지덕은 해동의 첫째(山形絶於天下 地德渡於海凍)라고 했으며,  
신라말의 대석학인 고운 崔致遠선생은 말년에 가야산에 들면서 유명한 시를 남겼는데,
 
僧乎若靑山好       스님아 청산 좋다 이르지 말게
山好何事更出世    산이 좋으면 어찌 다시 나오시는가
是看他日吾踪跡    먼 훗날 내 종적 눈여겨 보아 두시게나
一入靑山更不還    한번 청산에 들면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
 
이러한 입산시를 남긴 고운은 가야산으로 홀연히 사라져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가야산은 성주의 남서쪽 경계지역에 있는 산으로 경상남도 합천군, 거창군, 경상북도 성주군에 걸쳐있는 명산이다.
가야산은 1972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주봉인 칠불봉 (1,433m)과 우두봉, 남산, 단지봉, 남산제1봉, 매화산 등 1,000m내외의 연봉과 능선이 둘러 있다.
예로부터 "조선팔경"의 하나로 알려진 가야산은 산세가 변화무쌍하게 펼쳐진다.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는 영남의 영산 가야산의 최고봉이 상왕봉이 아니라 성주군 소재 칠불봉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동안 가야산을 오르내리던 등산객들과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 일제 때부터 표기되어 온 가야산의 정상을 두고 상왕봉이냐 칠불봉이냐를 두고 논란을 빚어왔었다. 이는 지금까지 정상으로 알려진 상왕봉의 바로 지척에 위치한 칠불봉이 서로 육안으로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높낮이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각종 행정지도부터 여타 지도에 가야산 정상을 해발 1,430m인 상왕봉(속칭 우두봉)으로 표기하고 있다.
성주군은 정확한 정상을 찾기위해 지난 5월 자체적으로 최고 봉우리에 대한 측량을 실시한 결과 칠불봉이 상왕봉 보다 높은 것으로 판단, 국립지리원에 공식적으로 실측조사를 의뢰했으며, 국립지리원의 가야산 정상 봉우리 표고 회신결과(`99. 6. 7)에 따르면 항공측량법을 동원해 정밀 실측 조사한 결과 상왕봉(해발1,430m)과 직선거리 250m 에 위치한 성주쪽의 칠불봉이 3m가 더 높은 1,433m라고 공식발표 했다.


   ▶ 산행경로 : 백운동주차장 → 만물상 → 상아덤 → 서성재 → 백운사지 → 백운동주차장 원점 회귀
   ▶ 산행거리 : 총 6.8 Km (백운동주차장 -3.6Km→ 서성재 -3.2Km→ 백운동 주차장
   ▶ 산행시간 : 5시간 30분 (10:30 ~ 16:00 )  * 많은 등산객들로 정상 소요시간보다 약 1시간 정도 지체됨(식사시간 30분 포함)
   ▶ 날씨 : 아침 안개가 걷히고 점차 하늘이 맑아지며 햇빛이 따뜻하던 날 (산행기온 : 10℃ ~ 14℃ )
   ▶ 산행일정 : 10:30 산행시작, 백운동주차장은 차로 가득하고 단풍의 붉은 빛마저 가득하다.



주차장 윗쪽에 있는 야생화 자연학습 관찰로, 다니는 사람은 없지만 멋진 가을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백운동주차장에서 600m 지점에 있는 백운동 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되는 만물상 탐방로는 서성재까지(백운동 탐방지원센터 ~ 만물상 ~ 서성재 ) 약 3km로 이어지는 구간이다. 체력적으로 결코 쉽지 않은 구간이기 때문에 산행 초보자들은 무리한 산행이 되지 않도록 주의를  해야 하는데, 코스 첫 1km구간은 경사도가 가파르며, 코끼리바위, 돌고래바위, 기도바위(일명 부처·불상바위), 두꺼비바위, 쌍둥이바위 등 갖가지 모양을 한 바위등이 만물상을 이룬다고...
가야산처럼 예쁜 국립공원 여직원의 설명을 잠시 듣고... 만물상 탐방로로 들어선다.




가파르고 좁은 산길을 많은 사람들이 오르다 보니 산행은 늦어지고.. 남근석을 닮은 바위가 잠시 지루함을 잊게 해 준다.



12:00 가파른 코스를 오르고 나면 만물상이 있는 1096봉으로 험한 바윗길이 이어진다.







저 멀리 가야산 정상인 칠불봉(해발 1,433m), 우두봉(해발 1.430m)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13:00~13:30 바위틈에서 점심식사후 커피도 한잔씩 마시고..  [ (← 백운동주차장 2.4Km, 서성재 1.2Km →) 지점]



후식으로 달콤한 감귤을 나눠 먹으며.. 심원골 건너편을 바라보니 사자바위가 있다는 능선의 모습이 우람하다.






상아덤으로 오르며 뒤돌아 바라보이는 풍광,가야산의 백미인 만물상이 눈 아래 펼쳐지는데...



바위들로 이뤄진 상아덤으로 오르는 계단길, 뒤돌아 만물상을 바라보니..  산행길이 늦어져도 마냥 좋다.
시선을 돌려 북쪽을 바라보면 정상인 칠불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다가오고, 남서쪽으로는 심원골과 돈봉능선, 그리고 해인사 백련암으로 내려서는 능선이 파도처럼 굽이친다. 가야산에서 상아덤을 능가하는 조망처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주변 경관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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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산의 모태(母胎) 상아(嫦娥)덤!

상아덤은 가야산 여신인 '정견모주'(正見母主)와 하늘신 '이비하'(夷毗訶)가 노닐던 곳이란 전설을 갖고 있다.
가야산처럼 성스런 기품과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정견모주는 가야산 자락에 사는 백성들이 가장 우러러 믿는 신.
여신은 백성들에게 살기 좋은 터전을 닦아주려 마음 먹고, 큰 뜻을 이룰 힘을 얻기 위해 밤낮으로 하늘에 소원을 빌었다.
그 정성을 가상히 여긴 하늘신 이비하는 어느 늦은 봄날 오색구름 수레를 타고, 상아덤에 내려 앉았다.
천신과 산신은 성스러운 땅 가야산에서 부부의 연을 맺고, 옥동자 둘을 낳았다. 형은 아버지인 천신을 닮아 얼굴이 해와 같이 둥그스름하고 불그레했고, 아우는 어머니 여신을 닮아 얼굴이 갸름하고 흰 편이었다. 그래서 형은 뇌질주일(惱窒朱日), 아우는 뇌질청예(惱窒靑裔)라 했다. 형은 대가야의 첫 임금 '이진아시왕'이 됐고, 동생는 금관가야국의 '수로왕'이 됐다.
최치원(崔致遠)의 '석순응전(釋順應傳)'과 '동국여지승람'에 나오는 이야기다.

대가야와 금관가야의 건국신화가 서린 상아덤. 그 어원은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상아는 여신을 일컫는 말이고, 덤은 바위(巖)를 지칭한다. 하늘의 여신이 사는 바위란 뜻이 된다.

덤의 의미를 조금 더 살펴보는 것도 재미 있다.
옛날 인류는 암혈에서 살았고, 그 곳은 집이고 생명을 유지하던 곳이었다. 그들은 큰 바위와 절벽과 마을을 덤이라고 불렀다. 더 나아가 몸이나 마음을 의지하는 대상을 덤이라 했다한다.
가야산 주변 사람들은 정견모주에 마음을 의지했고, 그런 마음들이 모여 형상화된 것이 바로 상아덤인 것이다.

상아덤이란 훌륭한 명칭이 있는데도 안내도와 산행잡지 등에는 서장대(西將臺)로 일컫고 있는데,
서장대란 명칭 대신 상아덤으로 고쳐 부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서정재로 내려서다 보면... 상아덤 안내판 하단에도
"이곳을 서장대 또는 서성재라고 부르고 있으나 상아덤이 본래의 이름이다"라는 안내 문구가 보인다.

항아상, 예쁠아(嫦娥) 상아는... 달 속에 살고 있다는 선녀(仙女)의 이름이요,
상궁이 되기 전의 어린 궁녀를 이르던 말이 항아(姮娥), 항아님이니.. 상아는.. 달 속에 살았다는 예쁜 항아님.. *^^

상아덤 바위주변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은 .. 달 속에서 살았다는 항아님의 예쁜 모습을 그려 보았을까?



상아덤(해발 1.159m)을 지나며 뒤돌아 보이는 약 3 Km에 이르는 만물상 탐방로 능선..



14:40 서성재에 이르니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주말 및 공휴일에는 서성재에서 만물상 탐방로 쪽 하산은 14:30 ~ 15:00 (30분간)만 가능하며, 국립공원 직원들이 일방통행으로 통제하고 있다.)



서성재에서 바로 용기골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 백운동주차장(만물상) 3.6Km← 서성재 → 백운동주차장(용기골) 3.2Km ]



용기골 계곡물은 단풍잎으로 꽃을 피우지만, 낙엽을 떨군 단풍나무는 그림자를 드리우며 시들먹하고,
고엽 (枯葉, Autumn leaves)의 노래도 들리는 듯 하니... 자칭 영월 박삿갓이  자작시 한 수 읊고 지나간다.

 

   枯葉紅色水上花   낙엽홍색수상화     고엽의 붉은 빛은 물위에 꽃을 피우지만,
   水中陰影枯凋木   수중음영고조목     물 속의 그림자는 시들어 가는 나무라네...



16:00 하산을 완료하니... 아직 가을이 남아 있는가.. 산 아래 단풍나무는 빛깔이 곱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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