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야외 나들이 (물무리골 생태학습원)

박삿갓의 일상사 모음 2014. 3. 7. 17:10
지난 2주간 항암 치료를 하는 동안.. 인근 학교운동장을 하루 다섯 바퀴 걷는 것 외에는 하루종일 집에만 있다가.. ㅠ,ㅠ
이번 화요일부터 1주일간은 두 번째 항암 치료을 위한 휴약기라.. 몸과 마음의 힐링을 위해 오랜만에 야외 나들이입니다. ㅎ 

물무리골은 장릉 위쪽에 있는 골짜기로 물이 솟아나는 늪과 습지가 있으며 생태학습원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장릉 인근 마을은 단종의 넋이 잠든 능(陵)이 있는 곳이므로 '장릉(莊陵)' 또는 '능마을 → 능말'이라고 합니다.

'영월 장릉 물무리골 생태학습원' 입구에 충의공 엄흥도 기념관(忠毅公 嚴興道 記念館)과 충절(忠節)의 상(像)이 있습니다.
충의공 엄흥도(忠毅公 嚴興道)는 영월 호장으로 있을 때 조선 6대 왕인 단종이 유배와 승하하자 가족들과 몰래 시신을 수습해
현재 장릉에 안치한 후 뿔뿔이 흩어져 숨어살았다. 후세에서 그의 충절을 인정해 영조 34년(1759년) 공조판서로 추봉된 후,
순조 33년(1833년) 공조판서로 추증되고, 고종 13년(1876년)에 충의공(忠毅公)의 시호를 내렸다고 합니다.


오늘 3월 6일(음 2,6)은 24절기상 입춘, 우수에 이은 세 번째 절기로 만물이 겨울잠를 깬다는 경칩(驚蟄)입니다.
하지만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며 ‘사이비 봄’으로 해석되는 옛말 春來不似春 [춘래불사춘]을 실감케 합니다.

춘래불사춘은 당나라 시인 동방규가 전한 원제의 후궁이었지만 화친 목적으로 흉노의 왕에게 정략적으로 시집 보내진
절세미인 왕소군[王昭君]의 안타까운 심정을 대변해 지은 “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에서 출처합니다.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 = 모래로 뒤덮인 오랑캐 (흉노)의 땅에는 꽃과 풀이 없을 터이니 봄이 와도 봄 같지가 않겠구나.”

날씨에서 이처럼 춘래불사춘을 절감하는 건 지난 2월부터 이어진 따뜻한 기온으로 “봄이 왔나”라고 느끼다가,
어제부터 급작스럽게 뚝 기온이 떨어친 탓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동면하던 벌레들도 땅속에서 기어 나온다’는
경칩인 오늘 서울의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 4도를 기록했습니다. 심지어 강원도 대관령의 경우 영하 18.4도까지 내려가
한파주의보도 발령됐습니다.   [* 이상 인터넷에서 당일 날씨 관련 검색 자료 인용]


물무리골 7만5,617㎡에 조성된 생태학습원은 석회암지대이고 배수가 잘 되는 곳에 형성된 습지로 백부자, 산작약, 갈기조팝나무,
거센털개지치, 닭의난초, 병아리꽃나무, 잠자리난초, 좀개미취, 진퍼리잔대, 털댕강나무 등 희귀식물종이 다양하게 자라는 곳입니다.
(* 아래 사진은 클릭하면 좀 더 큰 사이즈로 볼 수 있음.)


오후 1시 반경..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니 꽃샘추위도 물러가는 것 같습니다. ㅎ 


마른 잎만 무성한 갈색 수풀 속에 아련한 봄빛이 보입니다. 살랑살랑 흔드는 귀여운 강아지의 꼬리와 같다고 하여, 
우리가 흔히 '버들강아지'라고 부르는 갯버들입니다. 이 버들강아지가 '갯버들'의 꽃이며 수양(垂楊)이라고도 부릅니다.


혹시 작은 봄꽃이라도 피어 있을까 하여 탐방로 주위를 찬찬히 살펴봅니다. ㅎ


말라버린 갈대와 억새가 무성하지만.. 메마른 수풀 사이에도 분명 봄은 오고 있겠지요.. *^^


작은 옹달샘에도 봄은 오고 있습니다.


옹달샘 아래 물매화가 피던 습지에도..


갈잎 사이로 올라오는 싹에도 파아란 빛이 보이고..


맑아진 하늘에도 봄빛이 어립니다.


한골(大谷)로 넘어가는 갈림길 쉼터.. 한골(大谷)의 '한' 이란 '크다'는 뜻으로 골짜기가 크고 넓으므로 '한골'이라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골을 지나, 샘터와 진달래산책로까지 가 보고 싶지만.. 거의 2Km에 이르는 거리라.. 전나무숲길로  갑니다.


한골로 넘어가는 갈림길 쉼터 인근에 있는 소나무 가지가 .. 마치 용의 형상(?) 같습니다. *^^


봄꽃 중 제일 좋아하는 각시붓꽃.. 4월에나 핀다하니 좀 더 기다려야겠습니다.


양지꽃 같은데.. 오랜만에 보는 파란 싹이 정말 보기 좋습니다. *^^


물매화가 피던 갈대밭에는 아직 얼음이 다 안 녹고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 노루귀가 피던 자리는 음지라.. 혹시나 하며 열심히 찾더니.. 드디어 발견한 모양입니다.


갈잎과 솔입 사이로 보이는 작고 연약한 하얀 노루귀가 무척 반갑습니다.. *^^


접사도 어렵고.. 한 팔을 뻗혀 그냥 찍었더니.. 촛점이 흐리지만.. 올해 처음 보는 노루귀라 귀엽기만합니다. ㅎ 


숲 사이로 흐르는 자연적인 도랑에는 봄기운이 어린 물이 흘러.. 물무리골 습지의 생명을 깨웁니다.


2주간의 1차 항암 후, 1주간은 휴약기이지만.. 면역력 저하가 우려되어 황사&향균 마스크에 윈드스토퍼 장갑까지 중무장했습니다. ㅎ


멸종위기 Ⅱ급인 물장군이 서식하고 있다는 습지 연못에는 아직 살얼음이 보입니다. ㅠ,ㅠ



4월이면 연못 주위에 노란꽃은 피우는 '동의나물'은  봉우리진 모습이 물동이 같다 하여 붙혀진 이름으로,
잎의 모양이 곰취와 비슷하기도 하고 나물이라는 이름 때문에 혹시, 잘못 먹었다간 독성이 있어 큰일납니다.


30분이 넘었다며.. 무리하지 말라고.. 어서 오라고 성화입니다. ㅋ


전나무 숲길 직전에서.. 뭔가 또 발견한 모양입니다. ㅎ


내려다 보니..알록제비꽃 같은데.. 꽃샘추위에 떨고 있습니다. ㅠ,ㅠ


전나무숲길로 조금 더 가고 싶지만..


너무 늦었다며 서둘러 앞서 나갑니다.


엄흥도 기념관으로 돌아오니 약 40분 간.. 오랜만의 나들이에.. 기분도 오랜만에 그만입니다. ㅎ


※ 아래 안내도는 클릭하면 좀 더 큰 사이즈로 볼 수 있습니다.


※ 아래 동강할미꽃과 노루귀 사진은 '천주교 영월성당 카페'에서 김광선 님이 올린 사진을 옮겨온 것입니다. 
   3월 3일, 4일에 동강 상류인 문산리에서 촬영한 것으로, 지난해보다 약 1주일 일찍 개화되었다고 합니다.
   동강으로 가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지만.. 사진으로 만족해야겠습니다. 멋진 사진 보여주신 김광선 님께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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