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계상(溪上)에서 / 이황(李滉)

좋은 글 모음 2011. 3. 13. 12:53

[사진 : 영월 덕포 제방 둑(堤)에서 본 東江의 어느 봄날 ]   

    봄날 계상(溪上)에서 
       
    雪消氷泮淥生溪     설소빙반녹생계      눈 녹고 얼음 풀려 맑은 시내 흘러가고
    淡淡和風颺柳堤     담담화풍양류제      살랑살랑 봄바람은 버들 둑에 불어오네
    病起來看幽興足     병기래간유흥족      병 나아 와서 보니 그윽한 흥 넉넉한데
    更憐芳草欲抽荑     갱련방초욕추이      새싹 돋는 고운 풀은 더욱이 어여쁘네

    傍柳尋溪坐白沙     방류심계좌백사      버들 가 시내 찾아 모래 위에 앉았더니
    小童新試從婆娑     소동신시종파사      아이들은 새 옷 입고 따라와 뛰어노네
    誰知滿面東風裏     수지만면동풍리      누가 알랴 얼굴 가득 봄바람 속에
    繡出千芳與萬葩     수출천방여만파      천만 가지 꽃들이 수놓은 듯 피어날 줄   
      
    이황(李滉 1501~1570)
    봄날 계상에서 절구 2수[春日溪上二絶]
    퇴계집(退溪集)》(한국문집총간 29집)
          
       
    [해설]  

    이 시는 퇴계 선생이 1561년 봄에 지은 시입니다. 이 시 바로 앞에 실려 있는 시에
    “올봄 날이 추워 눈은 허공에 가득하고 폭풍이 휘몰아쳐 산은 무너질 듯 하네”라는 구절이 있는 것을 보면,
    그 해 겨울은 봄이 되도록 추위가  아주 매서웠던 것 같습니다.  

    선생은 이 시에서 혹독한 추위를 이겨내고 맞이한 봄날의 정취를 진솔하게 묘사하였습니다.
    겨우내 웅크렸던 몸을 일으켜 봄의 풍광을 바라보면 어느 것  하나 정겹지 않은 것이 없지만,
    얼었던 대지를 뚫고 솟아나는 파릇한 새싹은 우주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가장 경이로운 생명체일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어느 해보다 혹독한 겨울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희망을 잃지 않았습니다.
    봄은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입춘이 지났으니, 곧 봄바람이 불 것입니다.
    그리고 꽃이 필 것입니다. 상상만 해도 벌써 내 마음속엔 봄꽃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고전포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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