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 이해인

좋은 글 모음 2011. 2. 5. 07:34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나는 문득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싶다

  누군가 이사오길 기다리며
  오랫동안 향기를 묵혀둔
  쓸쓸하지만 즐거운 집

  깔끔하고 단정해도
  까다롭지않아 넉넉하고
  하늘과 별이 잘 보이는
  한 채의 빈집

  어느 날
  문을 열고 들어올 주인이
  "음, 마음에 드는데......"
  하고 나직히 속삭이며 미소지어줄
  깨끗하고 아름다운 빈집이 되고 싶다

  - 이 해인 시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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